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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기사

꿀꺽! 마실 수 있는 연료가 있다고?

어린이과학동아 2008.10.01 19호

“구워야 제 맛이에요!”

“무슨 말씀! 기름 뺀 삶은 고기가 근육질 몸을 만들어 준다고요!”
‘어린이과학동아’ 4주년 기념 만찬회장. 식사 메뉴를 정하려는데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고기를 좋아하는 김 기자와 만능 스포츠맨 고 기자가 고기를 구워 먹을 것인지 삶아 먹을 것인지를 놓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고기를 먹지 못하는 윤 기자는 둘의 다툼에 흥미를 잃어버린 채 만찬회장 ‘어화둥둥 가든’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이상한 광경! 이 식당 주인이 식당용 버너를 켜는 데 쓰는 연료통을 들더니 벌컥벌컥 마시는 게 아닌가!

[소제시작]사건 의뢰 - 이상한 식당 주인[소제끝]

“아니, 무슨 일인가요?”
창간 사은대잔치 선물로 독자에게 줄 애장품을 품고 룰루랄라 만찬회장에 온 닥터고글과 냥냥. 들어와 보니 ‘어린이과학동아’ 기자들은 모두 다른 일에 몰두해 있어 이들을 반갑게 맞아 줄 겨를이 없어 보인다. 김 기자와 고 기자는 메뉴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무언가에 놀란 표정의 윤 기자를 부편집장과 남 기자가 달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그제서야 닥터고글과 냥냥을 발견한 윤 기자, 방금 본 광경을 그대로 말한다.
“어서 오세요, 닥터고글. 희한한 광경을 봤는데 믿기질 않아서요. 방금 부엌 뒤에 갔다가 이 가게 주인이 버너용 연료를 마시는 광경을 봤어요. 그냥 통째로 들고 벌컥벌컥 마시더라고요.”
닥터고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연료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연료통처럼 생겼다고 그 안에 꼭 연료가 들어 있다는 법은 없지요.”
그러자 윤 기자는 답답하다는 표정이다.
“아니에요. 두 눈으로 똑바로 관찰했다구요. 연료통에 있는 액체를 꿀꺽꿀꺽 마시더니 그대로 버너에 연결했어요. 그러자 잠시 뒤 불이 타올랐고요!”

[소제시작]사건 분석 1_ 버너용 연료를 마실 수 있다? [소제끝]

닥터고글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한다.
“그럴 수는 없어요. 버너에 이용되는 연료 중에는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것이 없답니다.”
윤 기자도 질세라 대답한다.
“저도 알아요. 부탄 가스, 프로판 가스, 천연가스(NG), 액화석유가스(LPG), 심지어 메틸알코올까지, 이 가운데 사람이 마셔도 되는 연료는 없어요. 그러니 식당 주인이 이상하다는 거죠. 아무래도 다음 ‘진기 명기’코너에 특별 출연시켜야겠어요.”
닥터고글은 특종을 잡았다고 흥분해 있는 윤 기자를 달래며 차분하게 말한다.
“좋아요. 그럼 현장부터 확인해 보죠.”

그제서야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 윤 기자. 심호흡을 하고 닥터고글과 함께 부엌으로 간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아까 제가 지나가다 사장님께서 버너용 연료를 마시는 모습을 봤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그러자 무뚝뚝해 보이는 주인은 날카로운 눈매로 닥터고글과 윤 기자를 노려본다.

“보아하니 점잖은 손님 같은데 요리나 맛있게 드시고 재밌게 놀다 가세요. 영업 비밀을 캐내려고 하면 아무리 손님이라도 내쫓을 수밖에 없어요.”
결국 주인에게서 아무 것도 알아 내지 못한 닥터고글과 윤 기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해 하고 있는데 냥냥이 용케도 연료통을 하나 들고 왔다.
“냐냐냥 냥냥 냐야~?(주인이 내놓은 연료통을 하나 가져 왔어. 잘했지?)
순간 닥터고글의 표정이 환해진다.

“좋아! 연료가 조금 남아 있으니 제트에 넣어 성분을 분석해 보자.”
잠시 뒤. 분석한 결과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닥터고글과 냥냥. 그 모습을 보고 윤 기자가 조심스레 묻는다.
“그렇게…, 이상한 액체인가요?”
닥터고글은 말없이 남은 연료를 유리잔에 담아 냥냥에게 건넨다. 고개를 끄덕이며 유리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냥냥. 윤 기자는 깜짝 놀라며 말린다.
“아니, 조심해요!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당황한 윤 기자에게 닥터고글은 침착하게 말한다.
“괜찮아요…. 이건 그냥…, 물인걸요.”

[소제시작]사건 분석 2_물로 물을 끓인다고? [소제끝]


“가만, 물이 연료라고요?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오히려 물은 불을 끄잖아요!”
마당에서 닥터고글과 냥냥, 윤 기자가 하는 일을 가만히 지켜만 보던 남 기자가 끼어든다.
“아무리 닥터고글의 말이지만 믿기 어렵네요. 물은 비열이 높아서 온도가 올라갈 때 열을 많이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요. 그래서 활활 타던 불에 물을 끼얹으면 온도가 내려가 불이 꺼지는 거죠. 이건 ‘도니가 궁금해’에도 나왔던 상식이에요! 그런데 그런 물을 연료로 써서 요리를 하다니 거짓말이에요.”
그 때 식당 주인이 부엌을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저는 궁금한 것을 못 참아요. 직접 가서 버너를 살펴봐야겠어요.”
빈 부엌에 들어가 버너 아래를 살피던 윤 기자는 닥터고글에게 이상한 것이 있다며 부른다.
“잘 보세요. 버너 아래에 연료통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아까 봤던 연료통인데 다른 하나는 비어 있네요. 그런데 버너를 켜니까 그 통으로 투명한 액체가 나왔어요.”
“투명한 액체라고요?”
눈을 빛내는 닥터고글. 냥냥과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인다.
“냐냐냥~!(한 번 더 분석할게~!)”
결과를 기다리는 닥터고글과 냥냥을 보며 윤 기자가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하…, 저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어요. 전기 분해로군요!”
“맞아요. 저 투명한 액체가 물이라면 말이죠.”
이 때 ‘딩동’하는 소리와 함께 제트로부터 결과가 나오자 닥터고글이 웃으며 말한다.
“우리 생각이 맞았어요. 증류수네요.”
“그렇군요.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얻은 다음 수소를 태워 열을 얻는 거예요. 수소는 잘 타거든요.”
이 때 배고픔을 참지 못한 김 기자가 일행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안 오고 뭐 하세요? 배고파 죽겠는데.”
그러나,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부엌 문 앞에 팔짱을 낀 채 굳은 얼굴로 서 있는 식당 주인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난 듯하다.



[소제시작]사건 분석 3_ 물 하나로 움직이는 세상! [소제끝]


“아…, 하하, 아저씨, 저희는 그냥 연료의 정체가 궁금해서요…. 영업 비밀을 알려던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대단해요. 아저씨가 만들었나요?”
무섭게만 보이던 주인은 윤 기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니! 맞아요. 저 버너는 제가 개발한 수소 연료 버너예요. 10년 전 일생일대의 바비큐 요리법을 개발했는데 정작 가스 버너의 화력이 약해서 요리를 완성시킬 수 없었지요. 그래서 가스보다 화력이 더 센 연료를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한 거예요. 과학은 잘 모르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최근 겨우 완성시켰죠.”
주인 아저씨는 끈기 있는 발명가였던 것이다! 윤 기자는 감동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기왕이면 원리까지 이해하면 성능을 더 개선시킬 수 있을 거예요. 안 그래요, 닥터고글?”
“맞아요. 수소의 성질을 알면 이해가 더 잘 될 거예요. 수소는 연료로 이용하기 좋은 기체예요. 휘발유에 불을 붙일 때 필요한 에너지의 7분의 1만 쓰면 열 에너지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도 열 효율이 높아서 대표적인 가정용 연료인 프로판 가스보다 세 배나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답니다.”
이 때 가만히 듣고 있던 김 기자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수소는 물에서 얻을 수 있으니 무궁무진하고 타고 나면 물밖에 남지 않아 깨끗하기도 해요. 그런데 왜 이제껏 이용하지 않았을까요?”

닥터고글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고 기자가 다가오며 말한다.
“어허, 김 기자는 내가 쓴 ‘미래로 씽씽~ 첨단자동차’라는 특집을 안 봤군요! 거기에 연료전지 자동차가 나오는데. 바로 그 연료전지가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장치라고요.”
“하지만 태우는 수소 연료와 연료전지는 원리가 다르잖아욧!”
닥터고글이 황급히 끼어들며 분위기를 바꾼다.
“네. 연료전지는 수소의 전기적 성질을 이용해 전기를 얻는 방법이에요. 하지만 배출가스가 없고 물만 남는다는 점은 똑같아요. 아래 그림을 보세요.”

[소제시작]사건 해결 - 최고의 바비큐 요리를 위해~![소제끝]

닥터고글이 설명을 이어간다.
“물 말고도 자연계에서 수소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많아요. 오히려 물을 전기 분해하면 전기를 얻기 위해 전기를 쓰는 결과가 돼 효율이 떨어지지요. 그래서 연료전지에 쓰이는 수소는 천연가스나 휘발유 등 화석연료를 분해해서 얻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버너는 열 에너지를 얻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물을 전기 분해해도 효율이 좋아요. 우리나라의 한 기업에서는 최근 일반 버너보다 열 효율이 최고 3.3% 높은 수소 버너를 개발하기도 했어요. 버너뿐만이 아니에요. 또 다른 회사에서 만든 수소 연료 보일러는 생수 1통만 넣으면 200평짜리 비닐하우스를 하루 종일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랍니다.”

닥터고글의 설명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던 주인 아저씨는 감격한 표정이다.
“사실 이 버너를 개발하기까지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았지요. 그런데 이렇게 설명도 해 주고 격려도 해 주니 고맙네요. 그렇지! 오늘은 제가 ‘어린이과학동아’ 4주년을 위해 특별 요리를 서비스해 드릴게요. 새로 개발한 수소 연료 화염방사기로 지금부터 바비큐를 만들 거예요!”
바비큐라는 말에 만세를 부르는 김 기자와 고 기자. 메뉴를 놓고 아옹다옹하던 모습은 간 데 없다.
“자, 그럼 요리를 시작합니다~!”
화르르~!
아…, 그런데 버너와 달리 이 화염방사기는 아직 미완성이었나 보다. 주인 아저씨가 불꽃을 조절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덕분에 불꽃벼락을 맞지 않기 위해 이쪽 저쪽으로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닥터고글과 기자들.
“어이쿠, 아저씨~, 바비큐 요리를 만들려다가 우리가 통구이 되겠어요!”

댓글1

  • gun5012 2008-10-20 21:37

    0 0

    물과물이합쳐 불이되다니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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