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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의 꽃 _ 03 [ 유계 출입구 ]

김다은 기자 5레벨 2021.02.19 13:04

*2화를 못보고 오신분들은 먼저 보고 와주세요

 

 

 

 

“음 CCTV 해킹 제대로 했네. 나중에 칭찬해줘야겠다.”

 

태형은 관리실로 들어가 CCTV를 확인하며 말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경비 아저씨가 기절해 있었다. 태형은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며 옆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포스트잇에는

 

‘죄송해요. 잠시 확인 좀 했습니다’

 

라고 태형의 손글씨로 쓰여있었다. 업무를 마친 태형은 뿌듯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부딪쳤고, 맑은소리와 함께 그는 다시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내 병원 입구에 나타났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 갈 길을 가기에 바빴고, 그가 대놓고 순간이동을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띠리링’

 

그때, 태형의 핸드폰이 울렸다.

 

'김태형, 인간들 앞에서 순간이동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문자를 보낸 사람은 ‘천’이였다. 물론 핸드폰에는 ‘잔소리 마녀’라고 저장되어 있었지만.

 

“뭐야. 어떻게 알았어? 스토커라도 심은 거야 뭐야. 소름 끼치게.”

 

태형은 투덜거리며 핸드폰을 꺼버렸다. 지금 답장을 안 하면 나중에 천이 짜증을 낼 게 뻔했지만, 이 아침에 억지로 불려 나온 것에 대한 최소한의 반항이라도 하고 싶었다. ‘천’은 사실상 태형의.... 음... 상사? 아니지. 일방적으로 태형이 이용당하는 거니까.... 그래 그냥 계약 관계 정도로 표현하는 게 좋겠다. 아 그전에 ‘천’이 누군지 먼저 설명하는 게 좋겠구나. ‘천’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다스리는 일종의... 신이랄까?. 진짜 이름은 따로 있는데 저승사자고 뱀파이어고 죄다 ‘천’이라고 불러대다 보니, 그녀의 진짜 이름은 이미 잊힌 지 오래다.

 

‘띠리링’

‘빨리 와라. 명단 새로 나왔어.’

“아 진짜 사람 귀찮게 하는데 재주 있다니까.”

 

태형이 천과 일하게 된 지는 약 800년 정도 되었다. 하도 예전 일이라 태형은 어떻게 천과 일하게 되었는지 다 잊어버렸다. 태형은 시간 때문이 아니라 천이 계약을 시작하게 된 그 날의 기억을 다 지워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순간이동을 하지는 말라면서 빨리 오라는 건 무슨 논리야...”

 

태형은 인상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아예 박살 내버렸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난 핸드폰을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그리고선 골목길로 들어가더니 주변을 한 번 휙 두리번거리더니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손을 튕겼다.

.

.

.

 

“으억... 아 머리야...”

 

태형이 ‘유계 출입구’에 도착하자 문이 태형을 저 멀리 튕겨냈다. 혹시나 태형이 순간이동으로 올까 천이 미리 쳐둔 결계였다. 태형은 바지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짜증이 잔뜩 난 체로 문을 부슬 듯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천이 커피를 마시며 명부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누구 볼까 봐 일부러 골목길까지 들어갔는데 굳이 결계를 쳤어야 했어?”

“요즘 골목길에도 다 CCTV 있다.”

 

천은 태형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업무를 보았다. 유계 출입구는 겉으로 볼 때는 그저 평범한 도서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들어와 보면 그곳이 전혀 평범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일 초 만에 알 수 있을 거다. 겉보기완 달리 내부는 웬만한 저택보다 크고, 공중에 명부들이 둥실둥실 떠다니곤 한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일하라고 불러내더니 뭐 또 명단을 받아가래.”

“윤기는 새벽부터 명부 서른 개씩 가져간다.”

“그 형은 저승사자잖아. 난 원래라면 자유롭게 살아도 될 사람인데 억지로 일하고 있는 거고.”

“그럼 그냥 계약을 깨던가!”

 

천이 언성을 높여 태형을 째려보았고, 주변에 있던 물건들이 떠올랐다. 그녀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린 태형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시선을 돌렸다.

 

“진정, 진정해라. 머리카락 둥둥 뜬다.”

 

태형의 말에 천은 심호흡을 했고, 물건들도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이번 거 명단. 내일까지 처리해.”

“기억 삭제야, 퇴치야, 아니면 저승사자 대행이야.”

“기억 삭제면 네가 아니라 윤기를 불렀겠지. 이번 건 퇴치.”

 

태형은 그런가 하는 표정으로 명부를 열어보았다. 첫 장에 굵은 글씨로 ‘안네’라고 쓰여있었다.

 

“안네? 뭐야 외국인이야? 근데 뭔 퇴치야?”

“끝까지 읽고 말해라.”

“오호 흑마법사네? 야 근데 머리 색깔 되게 특이하네.”

“당장에 정국이도 머리 금발로 염색하지 않았디? 아무튼, 걔 흑마법사긴 한데 애는 착해.”

“무슨 소리야. 흑마법산데 어떻게 착해.”

“네가 항상 말하지 않았나. 모든 일에는 ‘예외’란게 있다고.”

“아 근데 나중에 정국이랑 점심 먹기로 했는데.”

“한 번만 더 투덜거리면 널 그냥 삼도천에 던져버릴 수도 있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은 옆에 있는 벽에 손을 갖다 댔고,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워워. 당연히 취소하려고 했지. 하여튼 화끈하시기는.”

 

태형은 서서히 열리고 있는 문을 닫으며 말했다.

 

‘하여간 성격 한번 고약해요. 저런 사람이 저승 앞에 서 있으면 망자들이 무서워서 맘 편히 있겠나.’

 

그런 태형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은 다시 안경을 쓰더니 저 위에 있던 명부를 가져와 다시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나저나 향수 뿌렸니? 연하긴 해도 꽃향기가 나는데.”

“뭔 향기? 아 아까 누구랑 부딪혔는데 그때 묻었나.”

“하긴 네가 매화꽃 향수를 뿌렸을 리 없지.”

‘이게 매화꽃 향기였나.’

 

매화꽃이라는 세글자를 듣자 왠지 모르게 태형의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얼굴이 하얘서 그러신가, 꽃이 잘 어울리시네요.’

 

순간 태형의 머릿속에 분홍색 한복을 입은 체 해맑게 웃고 있는 한 여인이 스쳐 지나갔고, 태형은 그 모습을 애써 지우려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천의 실수였다. 원래도 감정 기복이 심한 태형에게 ‘매화꽃’이라는 단어를 꺼낸다는 것은 잠자는 윤기를 건드리는 것보다 더 큰 실수였다. 천은 순간 아차 싶었는지 쥐고 있던 볼펜을 돌리며 말했다.

 

“뭐 간단한 점심은 할 수 있겠네.”

“.....”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아련해 보였지만, 천의 시선에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태형이였다.

 

“아냐. 그냥 나중에 인사만 하고 가지 뭐. 그나저나 내일까지 맞지?”

“그래 그거 내일까지 끝내면 돼. 아 그리고 전정국한테 인간이랑 너무 어울려 다니지 말라고 전해. 인간들이랑 꽃구경 가겠다고 난리 피워도 절대 안 된다고 하고.”

“걔 또 꽃구경 갔어?”

“어제도 들킬 뻔한 거 윤슬이가 겨우 끌고 왔다더라.”

“어휴. 알았어.”

 

태형은 밖으로 걸어 나가며 손을 휘휘 저었다. 천은 그의 해맑은 모습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식 웃고 말았다.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천은 옆에서 식어가고 있던 커피를 들더니 손을 까딱거렸고, 이내 커피에 다시 김이 나기 시작했다.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을 맞으며 천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향수에서 저렇게 진한 향기가 날 리 없는데... 그것도 스친 정도라면 더욱...’

 

천은 커피잔을 후하고 불었고, 창문에 뽀얗게 김이 서렸다.

 

‘전생부터 베인 향기가 아니라면...’

 

천은 한동안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더니, 무언가 떠올랐는지 커피를 내려두고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어쩌면 천은 눈치채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제 곧 시작될 신의 장난을.

 

 

[ 작가의 말 ]

 

오늘 두 분 특별출현! '윤슬'은 나중에도 종종 출현할 예정입니다

진도가 너무 느린 것 같아서 다음 화부터는 팍팍 빼려구요

오늘은 떡밥만 한 바가지 뿌린 것 같네요 허허....

( 아 참! 알림 원하시면 해드려요 )

 

재미있으셨다면 추천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 )

댓글12

  • 오유경 6레벨 2021-02-19 15:16

    0 0

    저도오...알람신청 가능한가요

  • 이유주 4레벨 2021-02-19 13:56

    0 0

    저 알림 신청이여!


    • 김다은 5레벨 2021-02-19 14:18

      0

      누구보다 빠르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알림요정 올림-

  • 김민경 3레벨 2021-02-19 13:25

    0 0

    어그..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빙의글이라면 서치방지부탁드립니다

    • 김다은 5레벨 2021-02-19 13:31

      0

      음 제가 아까 기자님이 쓰신 글을 보고 왔는데요... 기자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ㅜㅜ 빙의글 자체가 건전한? 글은 아니죠 ㅜㅜ 그치만 제가 작가 입장으로써 등장인물 이름을 그렇게 바꾸면 몰입도가 좀 떨어질 것 같아서요.... 그래서 다음 화 부터 등장인물 이름을 바꿀 예정이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 박지수 5레벨 2021-02-19 13:19

    0 0

    흐헝헝ㅠ 사랑해여 자까님ㅠ 알림 신청하겠습니다! 이거 너무 재밌어서 도저히 신청을 안할 수가((퍼버벅((지수야 주접 좀 그만 떨자

    • 김다은 5레벨 2021-02-19 13:31

      0

      이제 나올 때마다 알림 요정이 찾아갈게요 0<

  • 황은서 5레벨 2021-02-19 13:14

    0 0

    저두 알림 신청이요~~!!!!!!!!!넘나 재미써요.따룽해요 작가님~

    • 김다은 5레벨 2021-02-19 13:32

      0

      저두 따룽해요 은서밈 

  • 박채란 7레벨 2021-02-19 13:11

    0 0

    알림 신청이요! 겁나 재밌어요 사랑해요 자까님

    • 김다은 5레벨 2021-02-19 13:13

      0

      흐엉 채란님 항상 제일 먼저 찾아와 주시고 ㅜㅜ 내가 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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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리매스 문제는 2019년도 정부의 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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