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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단편) 별을 새기는 죽음 / 서까님 글쓰기이벵 참가작

이은채 기자 7레벨 2021.07.29 15:10

 

 

 

 

 

 

 

 

 

 

별을 새기는 죽음

 

 

 

 

 

 

 

 

 

Broken constellation theory

 

 

 

 

 

 

 

 

 

 

 

 

 

 

 

 

 

 

 

 

 

 

 

안녕, 안녕, 그녀여.

 

 

 

 

 

저는 두 번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없겠지요. 적어도 지금처럼이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리리하가 여느 때처럼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읽던 책. 나지막이, 뜨문뜨문 소리 내어 읽는 리리하의 말소리에 귀가 뜨이며 깨달았습니다. 리리하는 그 글을 읽어 버린 것입니다.

 

 

 

 

 

 

“수호천사는... 자신이 맡은...... 인간의... 심장에 머무르고.... 있으며......”

 

 

 

 

 

 

 

글을 읽는 리리하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훨씬 밝아 보였습니다. 두근거림을 담고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저는 가만히, 글이 모두 끝날 때까지 리리하의 낭랑한 목소리를 듣고만 있었습니다. 둘이서 한 방의 기숙사, 문을 살짝 연 채로.

 

 

회랑의 빛이 방 안으로 들어갈 것이 뻔하지만,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계속, 계속. 저는 내심 오늘 밤이 계속되기를 바랐습니다.

 

 

 

 

 

회랑 끝의 벽 뒤에서 방을 지켜보는 그림자를 발견해 버렸으니까 더욱 더.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도 그 이야기를 계속하며 재잘거렸습니다. 거의 ‘나도 수호천사를 갖고 싶다’ 는 게 계속되는 말. 하지만 그 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그녀는 인생 처음으로 수호천사와 만나게 된 것입니다.

 

 

 

 

 

 

 

 

 

 

 

 

 

 

 

 

 

 

 

 

 

 

 

 

“저기, 네 이름은 뭐야?”

 

“아직 없어. 지어 줄래?”

 

“응! 너는 이제부터 리리야! 계속 생각해둔 이름이야. 나는 가진 인형이나 장난감이 없으니까, 있다면 이런 이름이 좋지 않을까, 하고.”

 

“리리인가. 귀여운 이름이네.”

 

“헤헤. 그렇지? 내 이름에서 따온 거긴 하지만.”

 

 

 

 

 

 

 

 

 

 

 

오늘 아침은 눈이 빨리 떠졌습니다. 씻고 나오자 리리하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작게 숨을 내뱉었습니다.

 

 

 

 

 

 

“나 이런 거 잘하거든. 그렇지? 시이.”

 

“......”

 

“시이? 듣고 있어?”

 

“아? 아... 아. 어......”

 

 

 

 

 

 

리리하가 반복해서 이름을 부르자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저는 언제 또 이렇게 멍 때리고 있었던 걸까요. 원래 이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정신이 옅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시이라는 이름도 내가 지어준 거거든.”

 

“그래?”

 

 

 

 

 

 

둘은 다시 조잘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아무 말 않고 양말을 신을 뿐이었습니다.

 

 

 

 

 

 

 

 

 

 

 

 

 

 

“근데 어떻게 갑자기 수호천사가 나타난 거야? 태어날 때부터 심장에 같이 있다며.”

 

“음... 몰라! 혹시 내가 요즘 어른스러워져서 그런 거 아닐까? 수호천사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 어른이 된 다음에야 모습을 드러낸다던가.”

 

 

 

 

 

리리하의 수다는 교실에 들어와서도 계속되었습니다. 이제 그쯤 해 두면 좋으련만. 리리하와 쉴 새 없이 이야기하던 유코도 슬슬 지겨워하는 말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이쪽 봐 줘’ 하는 느낌이 묻어 나왔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오늘의 나는 말이에요.

 

 

 

 

평소대로 지내던 때보다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아침에도 느꼈던 기분. 저의 존재를 심장 속 깊은 곳으로부터 부정당하는 느낌. 지금은 조금 덜해졌지만 적응하기 힘드네요.

 

역시 이건......

 

 

 

 

 

 

뒷자리에는 아직도 한가로운 점심시간을 즐기는 리리하와 유코. 그리고 아마 책상 위에 얌전히 앉아 있을 ‘수호천사’.

 

 

 

저는 생각합니다.

 

리리하가 수호천사를 갖게 된 것에 관련이 있다고요.

 

 

 

하지만 그것은, 다소 부조리하다고 해도 필연적이라고요.

 

 

 

 

 

 

 

 

 

 

 

 

 

 

 

 

 

 

사람들은 모두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의 수호천사를 두고 있다. 수호천사는 자신이 맡은 인간의 심장에 머물며 도움이 필요할 때 나온다. 예를 들어 인간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구해준다든지, 인간의 선택이 잘못되었을 때 바로잡아 준다든지 말이다. 또, 수호천사들은 인간들이 초능력을 쓸 수 있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수호천사들이 있기에 인간들의 능력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호천사는 인간이 태어났을 때 심장 속에서 함께 태어나며 인간이 커가며 함께 커간 뒤 인간이 죽으면 심장에서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가 별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인간들에게 수호 '천사' 만 있는 것이 아니다. 400만 분의 1확률로 수호'악마'를 둔 인간이 태어나기도 한다. 수호악마를 둔 인간은 등허리 쪽에 지름 약 2cm인 반점이 자리잡고 있으며 다른 인간들에게 차별을 받는다(그래서 자신의 수호신이 수호악마라는 것을 숨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수호악마를 둬서 항상 악의 편에 섰었고 선천적으로 폭력적인 성격이 타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호천사를 둔 인간들이 '백'의 능력을 사용하는 반면 수호악마를 둔 인간들은 '흑'의 능력을 쓴다. 예를 들어서 백의 능력은 말 그대로 흰색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능력인 자연계 초능력(물, 불, 바람, 식물 등), 치유계 초능력(리커버리, 리바이브 등), 그리고 정신계 초능력(마인드킹, 사이코메트리 등)이 있다. 수호악마들도 자연계 능력자부터 정신계 능력자까지 다양한 초능력자들이 있지만 자연계 초능력이여도 어둠이나 부패, 정신계 초능력이라 해도 마리오네트(붉은 실로 상대방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나 정신붕괴 등등 선하지 못한 초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수호, 별, 악마, 백, 흑.

 

 

익숙한 글자들을 되뇌어 보았습니다.

 

 

 

 

 

 

제가 이 글을 기숙사 방 리리하의 침대 밑에서 발견한 것은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반대쪽 침대도 찾아보았지만 그쪽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의아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엇일까, 하고 말입니다. 그때는 리리하도 저도 무척 어렸습니다. 저는 리리하가 배우는 것을 듣고 글을 초능력으로 들어올려 뇌내에 직접 입력시키는 기술을 익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해와는 다릅니다. 외계문자처럼 보이는 글을 제가 부분적으로나마 이해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장 지금도, 완벽하게 이해했냐고 물으면 멋쩍게 웃으며 아니요, 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가령 사이코메트리니 마인드킹이니, 리바이브니 하는 말은 무슨 뜻인지 당최 예상도 가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그 글의 다음을 계속 찾아다녔습니다. 리리하가 방과 후 활동을 하러 나가면 매일 어김없이 방을 뒤졌습니다. 침대 밑 엉망인 실력으로 파내어진 글씨의 다음을 저는 초능력을 써 찾았습니다. 그 결과가 이것.

 

 

 

 

 

 

 

 

 

 

이 기관의 교사진, 직원들, 학생들을 비롯한 모든 인간들은 전맹급 시각장애인이다.

 

규칙적인 천체관측은 도움이 된다.

 

기관의 건물 내에는 CCTV가 없다. 아무도 CCTV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초능력 및 수호존재의 이동은 자유다. 따라서 수호천사를 돈으로 사 여러 명을 거느리는 사람도, 수호천사를 팔아 초능력을 쓰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단 최대용량이 존재한다.

 

수호천사는 1/8이 없어도 완전한 형체로 존재할 수 있다. 초능력의 세기가 1/8만큼 약해질 뿐.

 

몸을 분리한 수호천사의 분리체는 그 본체가 살아있는 한 하나의 수호개체로 분리된 할당만큼의 크기의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어딘가의 백과사전, 룰 북을 그대로 따 온 듯한 글자는 거울 뒤편, 형광등 안, 때때로는 건물의 외벽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저는 글자들을 계속해서 발견해 나갔습니다.

 

 

 

 

 

 

수호악마는 절대로 수호천사를 지칭할 수 없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그 방법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로 1문장 후 당신이 발견할 수 있는 글은 더 이상 없다.

 

 

 

 

 

 

 

 

 

 

 

 

 

그리고 이 글을 찾은 이후로 저는 쭉 마지막 글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 ‘기관’의 안에서.

 

 

 

 

 

 

 

 

 

 

 

 

 

 

 

 

 

 

 

 

 

 

 

 

 

 

 

 

“시이나 양, 시력 담당 선생님이 오래.”

 

 

 

 

 

 

순간 뜨끔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반장을 순순히 따라 시력실로 향하였습니다.

 

 

 

 

 

 

 

 

 

 

 

 

 

 

“시이나 양. 솔직히 말해보렴. 안 보이지?”

 

“넷, 네엣?!”

 

 

 

 

갑작스런 시력 담당 선생님의 직구에 저는 당황해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렇게 하면 좀 더 자연스럽게 ‘시력이 남아 있다’ 는 걸 어필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선생님의 한숨은 그곳과는 완전히 다른 곳에서 들려왔습니다. 이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초능력으로 목소리를 다른 장소로 보내는 건 간단한 일이죠.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시이나 양, 시력을 속이면 못써. 안 보인다고 말하지 그래?”

 

“아, 아니에요! 선생님이 그곳에 계시다는 것쯤 잘 알고 있었는걸요! 목소리가 들려서 당황한 것뿐...”

 

 

 

 

 

 

하며 저는 변호를 원하듯 저를 인솔해 준 반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이번에도 반장의 한숨 소리는 저 멀리 선생님 옆에서 들려왔습니다.

 

 

 

 

 

 

 

 

 

“시이나 양, 이게 뭘로 보이지?”

 

 

 

 

 

선생님이 무언가를 제 코앞에 내밀었습니다. 아마도 손인 듯했습니다.

 

 

 

 

 

 

 

 

“음.... 두 개?”

 

 

 

 

 

 

 

저는 얼버무렸습니다. 더 큰 한숨 소리. 하나라고 할 걸 그랬나, 하며 정정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틀렸어. 점심 급식에 나온 바나나다. 시이나 양, 틀렸군. 완전한 실명이다.”

 

“아......”

 

“이제 너도 말괄량이 리리하와의 생활은 끝이야. 원하던 대로 방을 바꿔 주마.”

 

 

 

 

 

 

 

 

라고 말하며 선생님은 이제 가 봐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에요! 저는 이대로가 좋은걸요. 안 바꿀 수는 없나요?”

 

 

“뭐......?”

 

 

 

 

 

 

 

선생님은 이해가 되지 않던 모양이지만,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습니다.

 

 

 

 

 

 

 

 

“리리하는 좋은 아이에요. 제가 옆에 있으면서 함께하고 싶어요.”

 

“뭐? 하지만 너.....”

 

“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리리하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고 느껴요. 부탁이에요. 리리하와 방을 함께 쓰게 해 주세요.”

 

 

 

 

 

 

 

선생님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침을 삼켰습니다. 지금 잘 하지 않으면 리리하와는 떨어져 버립니다. 저는 그러고 싶지 않은걸요.

 

 

 

 

 

 

리리하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진실된 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푸핫, 알았어 알았어. 시이나 양, 어쩌다가 그 정도까지 된 거야?”

 

“에......”

 

“알았어, 안 바꿀게. 조금 불편하더라도 시이나 양이 원한다면야. 전에는 리리하와 같이 계속 살 바에는 완전히 시력을 잃는 게 낫다고 했으면서. 리리하가 저리 보여도 사실은 속 깊은 애지.”

 

“아니에요, 그건......”

 

 

 

 

 

 

 

 

 

아닙니다. 저건 제가 아니에요. 저는 한 번도 리리하를 미워한 적이 없어요. 이 기관에서 태어나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저는 리리하를 좋아했습니다. 꾸밈없이 투명한 그 심장이, 따뜻한 마음이, 무지한 성격이.

 

그렇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해 두지요.

 

 

 

 

 

 

 

“이른.... 사춘기의 변덕일까요.”

 

 

 

 

 

 

 

선생님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뭐야 그게. 문학소녀? 아무튼...... 어제, 수호천사 일은 미안했다. 시이나 양한테 미안하지 않은 게 어디 있겠냐마는.... 알 것 같다. 나는 신임이지만 많이 들었어. 항상 양보하기만 하고. 리리하가 그런 성격이라.

나한테서는 힘내라는 말밖에 해 줄 게 없다. 초능력을 10%밖에 쓸 수 없어도 사는 데는 큰 지장 없으니. 너는 성인이 되면 금방 기관에서 나가게 될 거야. 과학 기술도 크게 발전하고 있고 여기서도 지원을 해 주마. 큰 선택이었지. 신세 질게.”

 

 

“네.”

 

 

 

 

 

 

 

 

저는 대답하고 시력실을 나왔습니다. 여러모로 많이 걱정해 주셨습니다. 저는 괜찮은데 말이죠. 어제 일도 그렇습니다. 전부 제가 원했던 일입니다. 타의로 결정된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리리하가 알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회의에 소집되었고, 제가 나서서 심장에 깃들어 있던 수호천사를 리리하에게 넘겨준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글자를 띄워 이해시키는 기술이 필요로 하는 소량의 부분을 제외한 본체는, 리리하에게 가 있습니다.

 

 

 

결코 슬프지 않습니다. 그야 당연한 일인걸요.

 

리리하와 묶여있는 이상, 저는 처음부터 이래야 했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원했고 그랬기에 바꿔준다고 했지만 싫습니다. 리리하를 사랑하니까.

 

 

 

 

 

 

 

 

 

 

 

 

 

“저기!”

 

“응?”

 

 

 

 

 

 

 

텅 빈 복도에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반장의 목소리입니다. 저는 문득 고개를 돌리려다가 아까 심하게 놀아난 것이 생각나 일부러 반대쪽을 쳐다보는 시늉을 했습니다.

 

 

 

 

 

 

 

 

“시이나 양. 기숙사로 돌아가는 거야?”

 

 

 

 

 

 

 

 

그러나 반장의 목소리는 방금과 같은 곳에서 들려왔습니다. 어차피 반장도 보지 못했겠지만 저는 또 놀아난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아, 네.”

 

“아직 석식도 안 먹었는데 이런 말은 뭐하지만, 지령이 내려와서 말이야.”

 

 

 

 

 

 

저는 아마 저편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반장의 모습을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오늘 석식 후 돌아가서 문단속 꼭 잘 해야 돼. 창문도 다 닫고.”

 

“어, 왜? 무슨 일 있어?”

 

 

 

 

 

 

저는 대답하지 않았는데,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리리하.”

 

“야호, 시이. 여기서 뭐 해? 반장 목소리가 들려서 와 봤는데.”

 

“시이나. 무슨 일 있어?”

 

“아, 유코 양도.”

 

 

 

 

 

 

 

반장은 잠시 조용히 있다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청소부님 알지?”

 

“아, 그 분. 듣자 하니 엄청난 초능력으로 쓰레기만 모으신다지?”

 

 

 

 

 

 

 

“그 분이 오늘 화단 근처에서 피 묻은 벽돌을 발견하셨대. 그래서 주의에 힘쓰라는 것 같아. 여기는 외딴 산 속에 있긴 하지만 침입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을 테니까... 뭐, 내 추측이긴 하지만.”

 

 

 

 

 

 

 

 

 

 

 

 

 

 

 

 

 

 

 

 

 

 

 

 

 

 

 

 

아직 날이 찹니다. 휭하니 불어오는 찬 밤바람에 몸을 웅크리면서도, 늘 올라오던 옥상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기숙사 방은 맨 꼭대기 층. 창문으로 나가 옥상 바닥의 고리에 묶어 뒀던 밧줄을 잡고 나면 그럭저럭 쉽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외벽에 튀어나온 구조물을 잡고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암흑, 암흑과 별뿐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이 건물, 이 산은 물론이거니와 제 발밑도 보이지 않습니다. 밧줄이나 외벽의 색 또한 모릅니다.

 

 

 

 

 

 

언젠가 리리하가 다른 아이에게 묻길 저 너머에는 아무것도 빛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을 믿지 못합니다. 제 눈으로 그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따라서 아무것도 믿고 있지 않아요.

 

 

 

 

 

 

 

 

“조용하네.”

 

 

 

 

 

 

 

 

겨울밤입니다. 저는 옥상 끝에 걸터앉아서 위를 올려다봅니다. 매일 하고 있는 일입니다. 여기 앉아서 두세 시간 정도 별을 보다 내려갑니다. 운이 좋은 걸까요. 한 번도 순찰에 들킨 적은 없습니다.

 

 

 

 

 

 

별, 별은 그랬습니다. 수호존재가 죽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머리 위에서 찬연히 빛나는 별은 유일하게 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리리하조차도 볼 수 없는 눈은 너무도 먼 거리에 있는 무덤을 볼 수는 있습니다. 씁쓸합니다. 그 존재는커녕 저 자신도 잘 모르겠는 저한테는 그곳에 성묘를 하는 건 과분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그저 보고만 있습니다. 내리는 별, 크게 빛나는 별, 점점이 빛나는 별, 별, 별...... 그렇게 만천하에 별이 펼쳐지는 것을 봅니다. 가끔은 별들이 죽기 전의 수호존재로 보일 때도 있습니다. 환히 빛을 내는 별은 활기찬 수호존재, 내리는 별은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모여 있는 별은 사이가 좋았던 수호존재......

 

 

 

 

이것이 제가 가진 유일한 시력입니다.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든, 일단 별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우니까요.

 

 

 

 

 

 

 

 

머리 위에 보이는 오리온자리의 세 별을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는 별을 보았습니다. 태어나는 새로운 별을... 그 별은 제 머리 위 어느 즈음을 비추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터지는 것처럼 크게 빛났습니다. 그 색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폭발하던 별의 빛은 서서히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초 후에는 제가 아는 자그마한 별이 되어 하늘에 박히었습니다.

 

 

 

 

 

 

 

 

새 별의 탄생...... 새 죽음의 탄생. 저는 그 순간을 처음으로 목격했습니다.

 

 

 

 

 

 

 

 

 

 

 

 

 

 

 

 

“시이!”

 

 

 

 

 

 

 

 

옥상에서 그 후에 어떻게 내려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한 번 발을 헛딛었고, 그대로 3층까지 수직낙하하다 외벽을 타고 오른 담쟁이덩굴을 겨우 잡아 살았다는 건 기억납니다. 그리고 꼭대기 층에서 큰 소리로 부르는 리리하의 목소리의 잔향도요.

 

 

 

 

틀림없이 그 별은 이곳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빛을 보자마자 무언가가 제 안에 흘러들어오기라도 한 듯 정신 차려 보니 저는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겨울용 두꺼운 옷은 온통 상처투성이에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종횡무진으로 달린 끝에 죽음의 원천을 찾았습니다.

 

 

 

 

 

 

통칭 ‘특별동’, 기숙사동의 반대편, 특별활동이 주로 이루어지는 엄청나게 큰 건물의 4층 여자 화장실, 세면대가 있는 쪽 줄의 마지막 칸. 청소도구가 가득 든 곳에 사람이 있음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별은 그곳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다른 곳이 아닌, 그곳만을.

 

 

저는 그곳 앞에 멈춰 섰습니다. 확인하려 문을 열까 잠시 망설였지만 그럴 필요 없었습니다.

 

 

 

 

 

 

 

누군가 죽었다는 것을 화려하게 알리는 별의 폭파, 그 반동은 액체가 되어 언 발에 따뜻하게 스며들었습니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 말인데......”

 

“살인사건....”

 

“기숙사에 틀어박혀 있어야 되는......”

 

“그 벽돌이랑...”

 

 

 

 

 

 

 

수영장을 가득 메운 말소리. 저는 그 중 어느 한 곳에도 끼지 못하였습니다.

 

 

 

떠밀려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에 들어서긴 했지만 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그렇겠죠. 바닥에 앉아 손가락으로 물을 튕겼습니다.

 

 

 

 

 

 

 

 

어젯밤, 저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발끝부터 끝없이 밀려들던 액체가 뒷꿈치를 적시고도 남을 정도의 시간 끝없이. 바른 반응이었으며 판단이었습니다. 이윽고 목소리에 대답하듯 경보가 울렸고, 동에 남아 있던 모두가 달려왔습니다.

 

 

바쁜 밤이었습니다. 길고 차가웠으며 숨 막히도록 따뜻했습니다.

 

 

 

 

 

 

리리하는 무척 관심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룸메이트가 보인 이상행동, 그리고 일평생 이런 일은 없었다는 이례적임. 저의 모습을 뚫어져라 관찰하더니 여러 가지(대부분은 제가 제 정신인지 묻는 문제였습니다)를 묻기도 하고, 마침내는 사건을 풀어 보이겠다며 스스로 탐정 역을 자처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로 이 살인사건에는 관여하지 않을 입장입니다. 어쩌다 최초 발견자가 됐을 뿐이지 리리하와는 다릅니다.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해결하려 드는 탐정은 리스크가 너무 커요. 물론 리리하도 철저히 떨어뜨려놓을 예정입니다.

 

 

 

 

 

 

 

 

 

 

 

 

“여, 시이나.”

 

 

 

 

 

그런 생각을 하며 물을 계속 찰박찰박 두들기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어깨를 톡톡 두들겼습니다.

 

 

 

 

 

 

 

 

 

“아......?”

 

“혼자 거기서 뭐 해. 얼른 와.”

 

 

 

 

 

 

저는 목소리를 듣고 겨우 상대를 알았습니다.

 

 

 

 

 

 

“아사나 양......”

 

“아사나 양? 야, 갑자기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했나?”

 

“아, 아니. 몸이 안 좋아서. 오늘은 그냥 여기 있을래.”

 

“그래?”

 

 

 

 

 

 

아사나는 아쉬운 투로 혼자 몇 마디 중얼거리더니 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몇 발자국 가지 못해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쳤습니다. 그녀는 빠르게 상대에게 사과했습니다. 여리여리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던 상대도 사과했습니다. 그 후 아사나의 낮은 목소리가 우연히 귀에 닿았습니다.

 

 

 

 

 

 

 

 

“유미아 선배...... 등에...”

 

 

 

 

 

 

 

조금 있다 아사나는 풋 하고 웃었습니다.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덧붙였습니다.

 

 

 

 

 

 

 

 

“그 밴드, 재밌네요. 저도 어릴 때 많이 붙이고 다녔어요. 상처가 없어도 캐릭터 때문에......”

 

“그래? 아하하. 친구랑 내기했는데 말이지...... 먼저 밴드 들키는 사람이 음료수 쏘기로. 절대 들킬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사나 양이 발견할 줄이야.”

 

 

 

 

 

 

 

저는 소란스런 수영장에서 그 대화가 오가는 중에도 물을 만지고 있었습니다. 발을 천천히 담그며 젖어드는 발의 감촉을 느꼈습니다. 다리가 완전히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훅 올라오는 약품 냄새를 느껴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평소와 똑같은 암흑이었습니다.

 

 

 

 

 

 

그 대화에서 제가 느낀 위화감이 고양된 감각의 형태로서 후각에 약품 냄새를 닿게 하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럴지도 모른다, 는 가설이 떠오른 것은 후의 일.

 

 

 

 

저는 그때 아사나를 멈춰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자기연민, 변명, 자책이 수영장을 감싸고 돕니다.

 

 

 

 

 

 

저는 오늘 밤에는 천체관측을 하러 벽을 오르지 않았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는 일도 없었습니다.

 

 

 

 

소시민은 증거를 찾아 나서지 않습니다. 위화감을 찾아 대화를 곱씹지 않습니다. 설마, 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을 반복하지도 않습니다.

 

 

 

 

 

또, 소시민이 설마, 라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되어 돌아오는 일은 없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소시민의 자력은 없나 봅니다.

 

 

 

 

 

 

 

이른 아침 복도를 달려 교실에 닿기도 전에 저는 새 소식을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특별동, 5층 수영부 관할 서브 풀 안에서 사망자 발견. 사인은 과다출혈. 발견 당시 풀 안에 잠겨 있었다고 함. 최초 발견자는 수영부 코치, 사망자는―

 

 

 

 

 

 

 

 

 

 

 

“아사나가 죽었대.”

 

 

 

 

 

 

 

리리하는 교실에 제가 들어서자마자 느닷없이 말했습니다.

 

 

 

 

 

 

“알고 있어. 왜 나한테?”

 

“너랑 친했으니까. 모른다면 알려 주려고 했지.”

 

 

 

 

 

 

리리하의 말은 자동으로 흘려넘겨졌습니다. 저는 이미 머릿속이 이리저리 꼬여 있습니다. 수업 시간도 고뇌에 빠져 있자니 청산유수로 흘러갔습니다.

 

 

 

 

어려워요. 어렵습니다. 이 사건,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어째서 그 사람은 이런 행동을 벌인 것인가요.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문득 생각났습니다. 침대 밑에 파여진 글씨. 마지막으로 찾았던 것의 다음을 찾는다면 큰 힌트가 될지 모릅니다. 마지막인 만큼 큰 내용이 담겨져 있겠죠.

 

 

 

 

 

 

 

 

 

“저, 시이.”

 

“왜.”

 

 

 

 

 

 

저는 옆에서 말을 걸어 오는 목소리에 살짝 가시 돋친 말투로 대꾸했습니다.

 

 

‘시이’ 라는 호칭을 쓰는 아이는 한 명밖에 없다는 것을 간과하고.

 

 

 

 

 

 

 

“변함없구나. 시이. 잘 가.”

 

 

 

 

 

 

 

 

 

말실수에 당황한 저를 보지 못하는 리리하는 무언가를 내밀며 저에게 인사했습니다.

 

 

 

 

 

 

“어... 어? 어?”

 

 

 

 

 

 

리리하는 그 후 교실을 뛰쳐나갔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리리하가 내민 종이를 들고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빠르게 종이를 초능력으로 스캔했습니다. 빼곡이 적힌 글자가 붕 떠올라 머릿속에 한꺼번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 밖에 가서도 힘든 일 있겠지만 잘 지내. - 아사나」

 

 

「시이나, 고마워. 좋은 친구로 지내 줘서. 밖에 가게 되면 꼭 찾아갈게. - 유코」

 

 

「시이, 나, 시이가 요즘은 나한테도 잘 해 주고 고운 말 쓰는 걸 보니까 기뻤어. 마지막 호의라고 생각하니까 조금은 덜하지만. 아무튼 끝이 좋으면 뭐든 좋은 거지! 고마워... - 영혼의 단짝 룸메이트 리리하.」

 

 

「너는 왠지 무서워서 자주 말하지 못했는데 아쉽다. 잘 지내. - 도파」

 

 

 

 

 

 

 

 

 

 

그것은 롤링 페이퍼였습니다. 왠지 밖으로 떠나는 걸로 되어있는 제게 보내는. 저는 글자의 전송을 멈추었습니다.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반장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시이나 양, 교무실에서 불러.”

 

 

 

 

 

 

 

 

 

 

 

 

 

 

 

 

“어떻게 된 거죠? 절 어디로 보내는 거예요?”

 

“일단 진정하거라.”

 

 

 

 

 

 

교무실에서는 교무실 냄새가 났습니다. 수영장에서 순간 맡았던 것과 같은, 코를 찔러 오는 냄새. 저는 일단 자리에 앉았습니다.

 

 

 

 

 

 

 

“너는 기관 밖으로 가는 거야. 거기에서 너나 모두 같은 시각장애인도 할 수 있는 일을 배워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는 거지. 극히 평범한 일이란다. 책에서도 많이 봤잖니?”

 

“저는 나가고 싶지 않아요. 전에도 말했을 텐데요? 저는 리리하와 한 방을 쓰며, 평범하게 수영을 배우고 수업을 듣는 지금을 행복하다고 여깁니다.”

 

 

 

 

 

 

혹시 전의 시력 담당 선생님이 있지 않을까 특히 강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분명히, 바로 어저께 말했습니다. 리리하의 말대로, 마지막이 좋으면 뭐든 좋은 게 아닐련지요. 마지막에 한 진술이 가장 저다운 겁니다. 과거는 어떠했든. 지금 저의 반응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과거에 이러지 않았나, 하는 기억은 무슨 소용인가요.

 

 

 

 

 

 

 

“그 말 믿을 수 없네.”

 

“어째서입니까?”

 

 

 

 

 

 

 

무심코 세게 나가고 말았습니다. 옆에서 반장이 제 어깨를 살며시 감싸 쥐었습니다.

 

 

 

 

 

 

 

“시력 담당 선생님, 그것을 보여 주시오.”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와 비닐을 뜯는 찌지직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그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습니다. 이내 선생님은 부장 선생님께 비닐 안의 물건을 건네주었습니다.

 

 

 

 

 

 

“자.”

 

 

 

 

 

 

그리고 그 물건은 저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이걸 읽어 보게.”

 

 

 

 

 

 

팔락팔락, 종잇장을 넘기자 오래된 종이 냄새가 교무실 냄새에 섞여들었습니다. 페이지를 중간중간 멈춰 글씨를 띄웠습니다. 부분적으로 이어진 기록이 머릿속으로 차례차례 들어옵니다.

 

 

 

 

 

 

 

 

 

 

 

 

 

 

죽어, 죽어, 미워......

 

 

 

 

 

 

 

노트를 들고 있는 손이 바들바들 떨렸습니다. 입력되어가던 글씨도 왜곡됩니다. 그 이상은 읽을 수 없었기에 노트를 덮었습니다.

 

 

 

 

 

아뇨, 아닙니다. 이 노트 전부에 쓰인 것은 거짓입니다. 말했을 텐데요. 저는, 단 한 번도, 리리하를, 미워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사랑했습니다. 사랑,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랑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리리하가 돌연 제게 작별을 고했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동시에 저의 심장 어딘가는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아, 저는 끝났습니다. 이대로 저는 ‘밖’으로 가게 되고 아마 두 번 다시 리리하와 만날 수는 없습니다. 일들이 시작된 그때 저는 생각했었죠. 그걸 피하기 위해 벌였던 일도 이렇게 종쳤습니다.

 

 

 

 

저절로 눈물이 뚝뚝 흘렀습니다. 저는 한참을 흐느꼈습니다. 볼 사람도 없지만 손에 얼굴을 묻고, 심장이 조용해질 때까지 숨을 참고 울었습니다.

 

 

 

 

 

 

아니... 아니잖아. 시이나. 왜 울고 있는 거야?

 

 

 

 

 

 

마음속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의 목소리와 닮은, 그러면서도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목이 히끅 하는 소리를 냅니다.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들어 암흑을 바라보았습니다.

 

 

 

 

 

 

 

“하.... 하. 하, 하. 하하, 하하하.”

 

 

 

 

 

 

처음에는 꺼질 듯한 한숨. 그리고 그것은 점점 웃음소리로 번져갔습니다.

 

 

 

 

울고 있던 마음 속과 다른 웃음이 심장을 조여왔습니다. 몸에 기억되어 있는 열등감이 정신을 엄습해옵니다. 이건, 어제부터 느껴왔던 제 안의 저.

 

 

 

사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몸을 움츠렸습니다. 저와 같은 그 목소리는 이번에는 울음을 가득 머금고 있었습니다. 암흑을 비추던 눈이 붉은 실을 비췄습니다. 실은 하늘하늘 춤추며 암흑을 여행합니다.

 

 

 

 

 

 

 

 

 

나는 항상 이 순간을 원해 왔어. 일기장이 지난 10여 년의 증거야. 근데 너는 어째서 울고 있어? 리리하를 원하고 있어? 나는 항상―

 

 

 

 

 

 

 

목소리, 목소리를 멈추고 싶었습니다. 그 끝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암흑을 춤추던 붉은 실은 어느새 칼끝처럼 쭉 뻗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목소리는 크고 째지는 이명을 내며 멈추었습니다. 실의 잔향은 어둠으로 숨었습니다. 저는 혼자만의 암흑 상자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덜덜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고 부장 선생님께 여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저의 면담은 이제 끝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일기장을 가져온 것은 누구입니까?”

 

 

 

 

 

 

 

 

 

 

 

 

 

 

 

 

 

 

 

쾅!

 

 

 

 

 

 

 

 

 

문을 부수다시피 열고 기숙사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손에는 일기장을 거칠게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리리하는 방에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초능력, 서치라이트.”

 

 

 

 

 

 

신호는 침대 끝에서 잡혔습니다. 저는 그곳으로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무언가 작은 존재가 숨을 헐떡헐떡 쉬고 있었습니다.

 

 

 

 

 

 

“너, 누가 그런 짓 하래?”

 

 

 

 

 

구석에서 떨고 있는 작은 존재의 몸을 잡아 들어 올렸습니다. 흐익, 하는 작은 소리가 새어나오는 존재.

 

 

 

 

 

“시이나...... 나는.... 이건 아니라고 봐. 어떻게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어? 갑자기 자해나 하고 내가 정신 잃은 틈을 타서 리리하한테 넘기고.... 내가 봐온 넌 그러지 않았잖―”

 

 

 

 

 

 

 

 

 

쿡.

 

 

 

 

 

“허억?!”

 

 

 

 

 

 

 

 

작은 존재는 괴로운 듯 목소리를 흘렸습니다. 찬 기운을 무릅쓰고 칼이 들어갈 수 있게 외투를 벗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쿠욱, 쿡.

 

 

 

 

“시.... 시........나......”

 

 

 

 

 

 

심장을 칼이 후벼파자 피가 사방에 튀었습니다. 피가 튄 곳을 발로 더듬어 팍 하고 밟으니 뜨듯한 액체가 발가락 사이로 밀려들어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저는 철의 혀로 생명을 어루만졌습니다.

 

 

 

 

 

 

 

 

 

 

크극, 큭, 쿡. 푸욱.

 

 

 

 

 

“아......”

 

 

 

 

 

 

 

 

 

작은 존재는 말하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어찌나 나약한 생물인걸까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저는 조용히 쓰러진 작은 존재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리리’, 듣고 있어?”

 

 

 

 

 

 

작은 존재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 번 더 그것을 걷어차 줬습니다. 이내 작은 존재가 쿨럭대더니 빈약한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시이나 주인님...의 수호천사....... 마시입니다... 용건이 있으신 분은.......”

 

 

“빌어먹을!”

 

 

 

 

 

 

그 존재의 뺨 같은 것을 때리니 그것은 로봇처럼 말하는 것을 멈추고 다시 죽은 듯 누워 있었습니다.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지가 ‘시이나’ 라고 따르는 저는 이미 주인이 아닌걸요. 그 제가, 리리하의 소유로 만들었습니다. 주인도 못 알아보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어요.

 

 

 

 

 

 

 

 

 

 

그의 앞에서 저는 일기장의 종이를 하나하나 찢었습니다. 두꺼운 재질의 커버부터, 종이 냄새가 풍기는 속지. 쓰여 있던 글의 의미는 없이, 휴지가 되어 일기장은 흩날렸습니다. 조각은 태워 버렸습니다.

 

 

 

 

 

 

 

 

제 안의 목소리가 울부짖어도 저는 무시합니다. 앞에서 따뜻한 빛을 내뿜으며 사그라지는 활자.

 

 

 

이틀 만에 올라온 옥상 하늘은 새 죽음이 두 개 늘어 좀 더 밝습니다. 이 활자도 별이 되어 한 번 더, 한 번 더 폭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저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선배.”

 

 

 

 

 

 

 

저는 선배를 찾아갔습니다. 선배는 수영부의 메인 풀이 위치한 특별동 5층에서 연습이 끝나면 항상 구름다리에 계신다고 했습니다. 죽기 전 들었습니다. 아사나의 증언입니다.

 

 

 

 

저는 그 대화가 있은 후, 그녀에게 그저 유미아 선배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친절히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때 제가 경고했더라면 무언가 바뀌었을까요.

 

 

 

 

 

 

 

 

“어... 누구?”

 

 

 

 

 

 

 

유미아 선배는 수영장에서 듣던 것과 같은 여리여리한 목소리로 저에게 대답했습니다.

 

 

 

 

 

 

 

“시이나라고 합니다. 수영부예요.”

 

“아, 시이나 양.”

 

 

 

 

 

 

 

선배는 조금 제가 불편한 듯 보였습니다. 하긴 선배에게서 보면 저는 아사나와 가깝게 지내던 아이였겠죠. 그녀 사건을 묻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유감이게도 맞습니다.

 

 

 

 

 

 

 

 

“시이나 양. 이번에 밖에 나가게 된다면서? 축하해.”

 

“아... 감사합니다.”

 

 

 

 

 

 

유미아 선배는 친근하게 말을 걸었습니다. 축하받을 일은 결코 아니었지만 저는 예의상 토를 달지는 않았습니다. 선배는 계속했습니다.

 

 

 

 

 

 

 

 

“눈이 완전히 안 보이게 됐다면서... 그런데도 나가는구나.”

 

“예. 저도 놀랐어요.”

 

 

 

 

 

 

 

 

선배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야기의 화제를 돌리고자 했습니다.

 

 

 

 

 

 

 

“선배는 언제나 여기서 밖을 보고 계시는 건가요?”

 

“응. 매일. 별이 잘 보여.”

 

 

 

 

 

 

 

선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하면 오늘은 구름이 하늘을 가려 저로서도 별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이상하네요. 지금은 아직 별은 안 보이는데요.”

 

 

 

 

 

"너...... 보이는구나. 하늘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화살이 심장을 꿰뚫었습니다.

 

 

저는 뒤로 쓰러졌습니다. 화살은 유미아 선배가 있던 쪽에서 날아온 게 틀림없습니다.

 

 

 

벽돌로, 칼로 살짝 자극하던 것이랑은 비교도 되지 않는 중상. 각혈할 정도로 상처를 입었으니 아마 그것은 죽었을 테지요.

 

 

 

 

 

 

 

무심코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처음 본 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큰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 여파로 서서히 구름은 걷히고 무지개색보다 더 다양한 색이 터뜨리는 빛이 펼쳐져 갑니다. 이윽고 몇 초 내에 저는 사그라드는 빛이 저를 비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작은 빛이 꺼져갑니다. 화살이 꿰뚫은 심장은 이제 살아 있지 않습니다. 그것을 저 죽음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웃차.”

 

 

 

 

 

 

겨울바람에 차가워져 가는 피가 흐르는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섰습니다. 화살은 뽑지 않았습니다.

 

 

 

 

 

 

 

“일어났다고? 어떻게?”

 

“미아, 진정해.”

 

 

 

 

 

 

 

 

유미아 선배, 그리고 다른 목소리 하나가 존재를 알립니다.

 

 

 

저는 선배를 서포트하는 그 존재와 유미아 선배를 눈앞에 두자 마음이 슬퍼졌습니다. 그것이 흘리는 눈물은 언제 다할지요. 차가워서 소름이 돋아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했습니다. 유미아 선배를 만난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말을 남겨 주는 게 탐정의 도리 아니덥니까.

 

그리고 저는 궁금했습니다. 그 동기가.

 

 

 

 

 

 

“선배는 이렇게 아사나 양과 다른 한 분을 죽였어요.”

 

 

 

 

 

 

선배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일단 ‘누가 보면 이상한 무언가’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걸 알아챈 사람을 죽인다... 선배의 수호존재로. 그렇죠?”

 

“응. 어떻게 알았니?”

 

 

 

 

 

선배는 평소와 같은 가늘고 상냥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날 아사나 양이 하던 말에는 뭔가 위화감이 있었어요. 첫째는 제가 어떻게 혼자인 걸 알았는가입니다. 저는 분명 풀에 혼자 앉아 있었어요. 하지만 눈으로 보지 못해서는 제가 정말 혼자인지 모르지요. 그날 풀에는 사람이 빽빽해 소란스러웠고 저는 원래 조용한 성격이 아닌데, 그때 우연히 옆에 있던 사람이 친구인지 아닌지 그녀는 모릅니다.”

 

“그랬어?”

 

“둘째는 풀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저인지 어떻게 알았는가입니다. 이것 또한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르지요. 아사나 양은 제 이름을 부르며 어깨를 두드렸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저라고 단정지을 수 있던 정보는 없었습니다.”

 

“호오.”

 

 

 

 

 

 

 

유미아 선배는 적당히 반응해주며 서 있었습니다. 간간히 수호존재와 말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아사나 양은 넘어지면서 선배의 등 쪽에 붙어 있던 밴드를 보고 웃었습니다. 더군다나 그게 캐릭터 밴드라는 것도... 그래서 저는 확신했던 겁니다. 아사나 양은 ‘보인다’ 고.”

 

 

 

 

 

 

숨을 멈추어버린 폐로 공기를 들이쉬었습니다.

 

 

 

 

 

 

“그리고 선배는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내 위해를 가하고 있다고. 저한테도 그러셨죠. 방금.”

 

“후후. 맞췄어.”

 

 

 

 

 

 

선배는 웃었습니다. 저는 변함없이 찬 겨울 공기를 내뱉었습니다.

 

 

 

 

 

 

 

“그럼 알려 주십시오. 왜인가요? 보이는 건 죄가 아니에요. 여기에도 가장 시력이 좋은 사람은 색도 볼 수 있다 들었고..... 오히려 일반적이지 않나요?”

 

“아니야. 시이나 양. 두 눈 멀쩡히 보이는 건, 여기에서는 죄나 다름없어.”

 

“예?”

 

 

 

 

 

 

선배는 잠시 그녀의 수호존재와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눈이 안 보인다는 건 알지?”

 

“네. 거의 일평생 있으면서 그 예외가 있다고는 들은 적 없어요.”

 

 

 

 

 

 

거의 확신하며 대답할 수 있는 것은, 글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왜인지 알아?”

 

 

 

 

 

 

 

저는 잠시 침묵했습니다.

 

 

 

 

 

 

 

 

 

“아니요.”

 

“그건 말이야, 여기가 ‘수용소’ 기 때문이야. 시이나 양.”

 

 

 

 

 

 

 

 

수용소. 그 한 마디는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기관이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수용소라니?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을 몰아넣는 곳이라고요? 여기가?”

 

“아니.”

 

 

 

 

 

“시이나 양. 수호 존재를 알고 있구나?”

 

“예.”

 

“여기는 ‘수호악마’를 가진 사람들이 평생 갇혀 지내는 곳이야.”

 

 

 

 

 

 

 

 

 

아.

 

그랬던... 건가요.

 

 

 

 

 

 

 

“수호악마의 힘은 강해. 수호천사의 몇 배 정도는 되지.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진 존재이기에, 무언가 다른 하나를 잃지 않으면 안 됐던 거야.... 그게 바로 시력. 수호악마를 가진 인간과 수호악마 둘 다 눈이 보이지 않지.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거나 시력이 현저히 떨어져가는 사람들은 모두 이곳으로 와 죽을 때조차 나가지 못해.”

 

“그런 사람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고요? 그럼 반점은요? 아무 소용이 없는 건가요?”

 

“반점...... 반점인가. 그건, 인간 때문에 별 효과가 없어졌어.”

 

 

 

 

 

유미아 선배의 목소리는 말을 거듭할수록 낮아졌습니다. 한숨을 쉬며 선배는 말했습니다.

 

 

 

 

 

“옛날에는 그랬다고 해. 하지만 점점 ‘내 착한 아기’와의 생이별을 피하려고 아예 반점이 있는 등허리 부분에 고의로 상처를 냈지. 그거에 속아 넘어갔던 사례가 큰 일 터뜨리는 바람에 다음부터는 전부 몰아넣기로 했지. 그게 안전빵이야. 그 덕분에 너처럼 수호천사가 있다는 게 밝혀지면 나가는 사례도 생기고.”

 

“......”

 

“하지만 그건 그쪽 사람들과 우리들만의 업계 비밀. 여기가 뭐 하는 덴지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모집 요강 - 시력 전맹’을 연기해서 들여다보고 싶어 해. 네 친구 아사나라던가, 이르는 ‘테스트’로 ‘스파이’라는 게 확실해진 아이였어.”

 

“왜, 그런 사람들을 죽인 건가요?”

 

 

 

 

 

 

 

선배는 그런 걸 왜 묻느냐는 투로 대답했습니다.

 

 

 

 

 

 

 

“그야 당연히 여기 있고 싶으니까. 그 아이들 딴에는 자기가 정말 영화에 나오는 스파이로 이 수상한 기관에 잠복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죽어갈 때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아, 어차피 자의 같은 건 전부 먹혀 들어간 후였나......”

 

“무슨 말씀이시죠?”

 

“둘 다 사인은 자살이었어. 주말이 되면 몰래 정부 산하의 의료기관과 연결해서 감식해 보겠지만, 자살로 판명날 게 분명해. 나는 실로 살짝 만져줬을 뿐, 방아쇠를 당긴 건 그들 자신이야.”

 

 

 

 

 

 

 

 

실. 저는 내면에서 하늘하늘 춤추던 붉은 실을 생각했습니다.

 

 

 

 

 

 

 

 

 

“잘 된 꼴이지. 자살로 판명날 거니 이제 사건은 종결이야. 수호악마의 자아가 깨어난 아이들은 알고 있겠지만.

 

어차피 여기로 전부 몰아넣은 이상 ‘우리는 예산이나 던져주고 신경 끌 테니 망한 인생들끼리 한 판 해 보세요’ 아니겠어? 잘난 스파이들이 진실을 알아내고 규명해서 전국에 알려본들 결국 어쩔 수가 없어. 왜냐? 우리는 수호악마니까. 그렇다면 그냥 여기에서 지내는 편이 낫지 않겠어? 평생 바보같은 수업이나 들으면서.

 

 

나는 분란의 원천을 차단하는 거야. 우리가 모두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그렇게 말하는 유미아 선배의 목소리는 처음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마치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제가 저보다 한두 살쯤 연상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났습니다. 십수 년쯤은 더 먹은 아이. 아니 여성.

 

 

 

 

 

 

 

 

 

 

 

 

도대체 제가 있는 기관에서는 얼마만큼의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 걸까요. 애초에 아이들이 맞긴 한 걸까요. 저는 믿지 못합니다. 눈으로 보지 못하니까요. 세상에는 얼마만큼의 비율로 수호존재가 있는 걸까요.

 

 

 

 

 

400만 분의 1? 저는 이제 그 숫자도 믿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그런 걸까요? 당장 밖에 나가 길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의 옷을 들춰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있거나 없을 반점도, 길거리의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지 못합니다. 저는... 저는.

 

 

 

 

 

 

어쩌면 눈앞에 서 있는 유미아 선배는 제가 ‘선배, 재미없으니까 그만해요.’ 라 한다면 리모컨의 스위치를 꾹 눌러 불 꺼진 세트장 상자를 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방송국에 모인 모든 사람들과 밝은 조명, 방송국 카메라가 와르르 터지는 폭소와 함께 저를 쳐다보는 겁니다, 라는 얘기는 있을 리 없겠죠.

 

 

 

있다 해도 저는 리리하가 없는 세계로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가짜 진실과 맞대오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수긍하고 의심하며 세트장에서 계속해서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방송국 패널들이 모두 지쳐 불을 끄고 방송 종료하는 날이 올까요.

 

 

 

 

 

 

 

 

기관의 너머에 빛이 없다..... 저는 모두가 그렇게 받아들일 때 하나의 가설을 제기합니다.

 

 

너머에는 빛이 없었던 게 아니라 빛을 쓸 필요가 없었던 게 아닐까요. 너머에는 끝없이 기관이 있는 게 아닐까요. 기관이 수용소가 아니라 ‘밖’이 수용소인 게 아닐까요.

 

 

 

그러나 저는 또한 이 가설도 믿지 않습니다.

 

 

 

 

 

 

 

그야, 눈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까요.

 

 

 

 

 

 

 

 

 

 

 

 

마침내 몸에 남아 있던 기력이 다하고 말았습니다. 뻥 뚫린 구름다리 위 하늘에 평소처럼 별이 비칩니다. 저는 그곳의 바닥에 누워 별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제가 죽는다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반짝이는 폭발이 되어 사그라지고 싶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슬 별의 눈도 흐릿해져 옵니다.

 

근래 새로 생긴 세 개의 별. 마지막으로 생긴 별, 마시는 그 어떠한 별보다도 어두웠습니다.

 

 

 

 

 

 

 

그때, 저는 글을 보았습니다. 세 개를 더한 별들이 이어져 나타내는 글씨. 별자리가 문득 보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너... 는...... 누구...?”

 

 

 

 

 

 

 

침대 밑에 새겨진 글씨, 하늘 벽에 새겨진 죽음. 글씨의 마지막을 찾았습니다.

 

 

 

모든 것이 풀린 느낌이 듭니다. 가슴을 관통한 화살에서 흘러내린 피 웅덩이에 누워 있어도 지금은 차갑지 않았습니다.

 

 

 

 

 

 

 

 

“죽는 거야?”

 

 

 

 

 

 

 

유미아 선배가 다가와 물었습니다. 풋 하고 웃었습니다.

 

 

 

 

 

 

 

 

“아니요, 죽지 않습니다. 가야 할 뿐이에요.”

 

“그래......”

 

 

 

 

 

 

 

 

 

시큰둥하게 유미아 선배가 대답했습니다.

 

 

 

아마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요. 후후... 아니요. 다릅니다. 죽는다는 건 리리하와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요.

 

 

 

 

 

 

날은 완전히 저물어 밤. 총총히 박힌 별이 저를 비춥니다. 겨울 바람에 휩쓸려 저는 구름다리를 떠납니다.

 

 

팔랑팔랑, 붉은 실이 차게 식은 몸을 떠납니다. 공중에서 끊어진 실은 같은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다 이내 움직임을 멈춥니다.

 

 

 

 

 

 

 

 

 

 

안녕, 안녕, 그녀여. 처음 생각했던 대로.

 

 

 

안녕, 안녕, 그녀여. 마지막으로 보는 그녀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부디 좋은 밤 되길.

 

 

 

 

 

 

 

 

 

 

 

 

 

 

 

 

 

 

 

 

 

 

 

 

 

 

 

 

 

 

 

 

“어제 일어난 일 소문 들었어? 특별동 구름다리에서 여자애가 죽었대...... 그 애, 오늘 나가는 걸로 되어 있었다고...”

 

“범인은 수영부 부부장 유미아 선배라는데?”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게 뭔지 알아? 죽은 애 심장에......”

 

 

 

 

 

 

 

 

 

 

 

 

유코는 조용히 웃었다.

 

 

 

 

 

 

“피를 머금어 붉게 변한 실이 칭칭 감겨있었다...... 는 거 맞지요?”

 

“맞아... 뭐야, 다들 알고 있잖아.”

 

 

 

 

 

 

말을 꺼낸 아이는 놀라워하면서도 시시하다는 듯 유코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선 다른 아이에게 떠벌리기 시작했다. 유코는 그쪽으로 웃음지어 주었다.

 

 

 

 

 

 

이미 저렇게나 퍼질 줄이야. 유코는 속으로 생각했다. 모두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건 무척이나 짜릿한 일이다. 유코는 그 전율이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며 약간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유코가, 유미아 선배와 그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피해자로서.

 

 

 

 

아니, 유코가 아니다. 그것은―

 

 

 

 

 

 

 

 

 

 

 

 

 

 

 

예전부터 줄곧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아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째서인지 그 사실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그게 어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라면 제가 저를 알고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믿고 있지 않으면서도요― 아니요, 믿고 있습니다. 믿는 것이 편하지요.

 

 

 

 

 

 

 

 

깨진 유리창 효과라고 아시나요?

 

 

 

 

 

 

 

 

 

 

 

 

 

 

무튼 그런 것입니다.

 

 

 

 

 

 

 

 

 

 

 

 

별자리는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

 

 

 

 

 

 

 

 

 

 

 

 

 

 

 

 

 

저는 답합니다.

 

 

 

 

 

 

 

 

저는 리리하의 수호악마입니다. 이름은 아직 없습니다. 지금까지 마리오네트로 조종해왔던 인물은 시이, 그리고 이제부터는 유코로서 살아갈 생각입니다.

 

 

 

 

 

 

 

 

 

 

 

 

 

 

 

 

 

 

 

 

 

 

 

 

 

 

 

 

 

2021. 07. 26 별을 새기는 죽음 Broken Constellation Theory 

 

 

 

 

 

 

 

 

 

 

 

 

 

 

 

 

 

 

 

 

 

 

 

 

낭낭하게 참가헤봅니다^^.......

 

 

 

아 암튼 단편입니다 단편이고요 엑스아의 반 정도의 분량으로 뽑혓는데요 이걸 한 번 반전 나올때마다 딱 찢어서 한 화로 올렸으면 얼마나 분량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화로 안 올리면 이건 단편이라고 할 수가 없겠지요

 

 

 

 


 

 

조금 있다? 아니면 많이 있다? 후일담과 티엠아이와 아무도 못알아듣는 이야기 흐름 같은 걸 시간순으로 해설하는 만화가 올라갈 겁니다. 기대하지 마세요~~

 

 

참고로 중간에 나오는 일기장 조각은 본인이 전부 썻고요... 이 썰도 풀 예정이니 기대 하지 마세요

 

 

 

 

 

 

 

-정서아님이 제공하신 수호 세계관을 사용했습니다.

댓글6

  • 김리안 6레벨 2021-09-01 20:05

    0 0

    진짜 재밌네요 

  • 이은채 7레벨 2021-07-29 21:15

    0 0

    한자 복붙해왔다고 저러케 뜨는 거 에반데

  • 이은택 7레벨 2021-07-29 18:40

    0 0

    왇 씨 진짜 미쳗
    주인공 말투 너무 호감입닏
    추리물 디스토피아 등등 장르 많이 섞여있어서 좋앋
    사랑핻 작가닏

  • 정서아 7레벨 2021-07-29 16:12

    0 0

    진짜 웬만한 블로그 빙의글이나 팬픽보다 더 긴것 같아요ㅠㅠㅠ 나눠서 읽어야지..ㅠㅠㅠㅠ 사란해요 ♡♡♡♡♡♡

  • 정서아 7레벨 2021-07-29 16:11

    0 0

    와 진짜 분량 찢었다.. 와 갓은채님 최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구자윤 5레벨 2021-07-29 15:47

    0 0

    사용할 수 없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어요!
    고운말을 사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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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리매스 문제는 2019년도 정부의 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입니다.

  • ☎문의 02-6749-3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