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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까님 글쓰기이벵 참여작 <Devil, 수호의 존재.>

김지안 기자 6레벨 2021.08.01 22:02

 

Devil, 수호의 존재.

 

 

   긴박하고 위험하며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심장이 토해내는, 인간을 수호하는 존재가. 그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건 누구든지 알고 있는, 쉽게 말하면- 상식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예전부터 이 존재에 대해 차별하고 있던 것이 완전히 바뀐다면. 이 가정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은 가히 충격적, 그리고 끔찍하다고 할 수 있다.

 

   아, 무지의 존재인 인간이여. 수호의 존재를 믿으소서. 그것이 설령 악마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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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햇빛이 오늘따라 이상하리만치 나에게 가득 쏟아진다. 햇살의 밝음이 마치 밤하늘에 수 놓인 별 마냥 반짝이며 내리쬔다. 손가락 틈새 사이로 통과하다 못해 살갗과 뼈, 혈관을 단숨에 관통할 듯한. 아아, 그을림의 흔적이 너무나도 선명히 남을 것 같은 날씨인 걸. 더워죽을 것 같다만 아무래도 상관 없다. 뭐, 진짜 죽을 것 같으면 수호신이 나와줄 테니. 아니면 그냥 초능력 써버릴까. 사실 내 초능력은 이런 상황에서 그다지 쓸모가 없긴 한데. 이렇게 영양가 없는 잡생각을 하며 길바닥에 발을 내디뎠다.

 

   수호천사. 우리를 지켜주는 무언의 존재. 그 존재는, 우리와 한 몸입니다. 주 서식지는... 이렇게 발언하니 이상하긴 하다만. 어쨌든, 우리의 심장에 머물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것에 예외는 있듯이 모든 인간들이 수호천사를 지니는 건 아닙니다. 이 세상에는 그렇게 희귀하다며 항상 떠들어대는 수호악마를 지닌 사람도 있으니. 그리고 이 예외는 언제나, 어디에서. 차별의 고통과 곤혹을 겪고 쓰디쓴 현실을 겪으며 밑바닥 아래에 또 다른 밑바닥이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체험합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수호악마를 두었다는 사실을 숨기고는 하는데, 태생부터 폭력적이고 악의 존재였던 자들이기에 결국 들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들킨 사람들의 최후는 어땠나요?

 

   수많은 눈이 지켜보는 곳에서 처형당했죠.

 

   어차피 들킬 것을 애써 숨기려는 것은, 자기 생각이 짧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 되어버리니. 그런 건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들을 믿으니까, 안 하리라고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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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그렇게 된 거야?"

 

   "응! 진짜 웃기지 않아?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처음부터 알아봤지 뭐~"

 

   동네의 어느 아담한 카페. 한적하기까지 하면 더욱 좋겠지만, 유명 블로거와 TV 프로그램에 의해 유명해지며 사람들이 몰려왔다. 다른 사유로 더 유명해지겠지 아마. 그러기 전에 겨우 자리를 잡고 친구인 레나와 케이크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거 진짜 맛있다, 언제 먹어도 너무 맛있는 케이크라니까!"

 

   "그러게, 역시 유명한 곳에서 만든 인기 있는 메뉴는 다른 건가."

 

   지금 먹고 있는 케이크는 Angel and Devil. 생크림, 초콜릿, 딸기가 들어간 건 다른 케이크처럼 평범하다. 그러나 포인트 장식으로 천사의 날개와 악마의 날개가 각각 한 쪽씩 있다는 게 인기 있는 이유이다. 그리고 다른 메뉴와 다르게 음료까지 함께 제공되는데, 케이크가 담긴 쟁반에는 악마의 날개가 있고 음료가 담긴 컵에는 천사의 날개가 그려져 있다. 처음에는 이 메뉴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았고 혹평도 많았지만, 많은 사람이 직접 먹어봄으로써 맛이 인증되고 인기도 상승하여 현재 이 카페의 최고 인기 메뉴가 되었다나 뭐라나. 물론 시선이 안 좋았던 건 어쩔 수 없다. 악마의 날개와 천사의 날개가 공존해있는 것 자체만으로 사람들은 싫어하기 때문이다. 어딜 감히 수호천사를 수호악마에 비벼, 뭐 이런 생각인 듯하다. 사회의 차별을 담고 그 차별을 고치고 싶었다는 주인장의 후일담도 있던데. 꾸며낸 위선 같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내 꼬인 성격으로는 저 발언을 도저히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다.

 

   어쨌든 레나는 이 메뉴를 정말 좋아하는 모양인지, 올 때마다 항상 Angel and Devil을 시키고는 한다. 오늘도 레나가 계속 조르길래 사준 거지만. 뭐, 난 전에 많이 먹었으니까 음료만 먹고 케이크는 양보했다. 지금 생각하니 좀 아쉽긴 한데. 그래도 얘가 워낙 좋아하는데 양보를 안 할 수가 없잖아? 진짜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먹는데. 그렇게 음료만 한없이 마시다가, 시야에 쟁반이 들어왔다.

 

   "너 먹을래? 처음에 네 포크로 미리 잘라놓고 먹었는데!"

 

   "에엑, 고작 이 정도?"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잖아! 기껏 날개도 하나 남겨놨다고~"

 

   "뭐야... 천사 날개 하나하고 조각 케이크 3분의 1? 아니 진짜 나 농락하냐?"

 

   "친구야, 5분의 1이 아닌 걸 감사하게 생각해!"

 

   "어이구... 알겠어."

 

   고작 3분의 1을 남겨놓네, 얘도 참 악랄하단 말이야. 역시 관상학이 통하는 얼굴이야. 일단 잡생각은 접어두고 계산이나 해야겠다.

 

   "여기 계산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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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맛있었지! 그러면 또 어디로 갈까?"

 

   "너 또 내가 돈 네게 할거지."

 

   "에이, 내가 돈 낼게~"

 

   저렇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는데 어떻게 거절하지. 아, 거절하는 방법이라도 배우고 싶다. 그렇지만 솔직히 얘가 그렇게 비싼 걸 시키지도 않으니. 마음속으로는 시키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 것 같다만. 아아... 레나야, 내 하나뿐인 친구. 나는 널 믿는다. 하하, 그래서 비싼 거 안 시킬 거지? 나 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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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색 화면에 내 모습이 반사되어 보인다. 한동안 그렇게 소파에 앉은 채로 하염없이 TV를 바라보다, 전원을 킨다. 곧 바닷가의 색감이 여지 없이 드러나는 뉴스가 눈에 확 띄었다. 뉴스는 맨날 파란색이더라. 진부해.

 

   ' 수호악마를 지닌 사람이 또 1명 발견되어... 처형 날짜 지정 중 '

 

   또 발견된 건가. 이것마저도 진부했다. 새로운 주제는 없는 걸까? 사람들은 이걸 또 재밌다며 깔깔거리고. 진정한 악마는 그 사람들이리라. 입 밖으로 온갖 악담을 내뱉고 싶지만 욕망을 자제했다. 그래, 자제해야지 뭐. 별 수 있나. 그 대신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애꿎은 TV 화면을 노려보다가 전원을 껐다. 아, 짜증이 나는 걸. 차라리 저러는 인간들이나 다 죽였으면 하고, 조용히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그때 전화벨 소리가 내 귀로 들어왔다.

 

   "뉴스 봤어?"

 

   "응, 언론이 또 저러네. 처형 날짜 어쩌고... 어차피 오늘 할 게 뻔한데."

 

   "그러게 말이야! 어쨌든 지정되면 다시 연락해서 시간 잡고 만나자."

 

   "알겠어."

 

   내 짧은 답을 들은 레나는 몇 초 후 전화를 끊었다. 아, 좀만 더 길게 답할 걸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단답형은 차치하고서라도 기분이 상했으면 어떡하지. 나중에 사과해야겠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가득 묻어난 한숨을 내쉬며 지정 날짜가 발표되는 것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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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8시."

 

   "응, 7시 30분쯤에 만나면 되는 거지?"

 

   "어, 만나는 곳은 우리가 매번 만났던 장소. 알지?"

 

   "당연한 말씀! 그럼 7시 30분에 보자~"

 

   이번에는 레나가 먼저 끊었다. 아까 내 답에 대한 소심한 복수인가. 제법 웃기네.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것을 픽 내뱉고는 밖에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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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또 지각이야."

 

   "에이, 좀 봐줘~"

 

   "한 번만 봐주는 게 아니잖아... 어휴, 아니다. 너한테 뭘 말하겠니. 얼른 가기나 하자."

 

   그렇게 바닥에 발을 내디디며 처형장소로 향했다. 가까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화염의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특유의 연기와 그을림. 그것이 나와 너, 라이브와 레나를 설레게 했다. 이 맛에 하는 거 아니겠냐고. 입꼬리를 살짝 말며 지금, 이 순간 화염과 가장 가까운 처형대에 붙잡힌 인간을 바라보았다. 이 얼마나 안쓰럽고 기가 막힌 풍경인가. 정말, 안타까워.

 

   "이번에는 네가 먼저 해."

 

   "아아, 싫어~ 네가 스타트 끊어주면 안 돼?"

 

   "기가 막혀 정말. 저번에도 내가 먼저 했잖아... 그러면 이어서 서포트 제대로 해줘야 한다."

 

   "응!"

 

   라이브와 레나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들고 다니기에 딱 알맞은 조그마한 칼. 그것을 그대로, 목에 쭉 그었다. 붉은 선혈이 상처에서 뚝뚝 흘러나왔다. 꽃을 피우듯 붉음의 영역은 점점 넓혀져 갔다. 왠지 모르게 상쾌한 기분과 희열을 만끽하며,

 

수호악마의 초능력을 불러내었다.

 

   초능력을 쓰며 그대로 돌진.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처형 장소에는 매번 사람이 많았으나 평소보다 1.5배 정도는 더 많다. 내 초능력은 마리오네트. 그렇지만 사람 수가 이 정도라면 1분 정도는 커버 가능했던 걸 30초 밖에 못 해. 변수, 예상 밖이다...

 

   "레나,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너도 바로 해야겠어. 이 정도라면 30초 정도 밖에 커버 못 친다고!!"

 

   "30초도 충분해!"

 

   레나의 능력은 나이프 소환. 이런 상황에서는 신체 능력도 좋아야 가능하지만, 이미 레나는 신체 능력의 극치를 찍고 그것마저도 뛰어넘었다. 그렇기에 레나는 내가 사람들을 조종하는 동안, 곧 처형될 예정이었던 사람을 붙잡고 있던 걸 칼로 자르고 빼내는 건 일도 아니다. 그래. 저 애한테는 30초도 충분하다 못해 남아도는 수준이다.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고! 일단 처형대에서 빠져나간 다음에 얘기 제대로 나누자! 여기는 참 살벌하다고~"

 

   이번에도 레나는 사람을 들고서... 뭔가 말이 좀 이상한가. 사람을 동반하며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나에게 브이 사인을 당당하게 내보였다. 역시, 성공이구나.

 

   "수고했어. 얼른 이동하자고."

 

   우리는 처형당할 위기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에 의해 초능력을 제지 당하는, '수호악마를 지닌 사람'을 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악마다. 위와 같은 사람들을 구해내는, 말 그대로 Devil, 수호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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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앞으로 네가 지낼 공간. 다른 애들도 있으니까 싸우지 말고 잘 지내야 해."

 

   이번에 빼돌린 아이를 휴식지에 데려다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고된 하루였어. 양치질을 하고 난 뒤 푹신한 침대에 털썩 누워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직 바꾸지 않은 철 지난 겨울 솜이불을 덮는 건 너무나도 더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덮는 것도 별로여서 비척비척 걸어가 부드러운 담요 하나를 손에 쥐었다. 펼쳐도 내 하관 길이 밖에 안 되는 작은 담요였으나 이걸로 만족했다. 맞은 편 방에서 벌써 불을 끄고 드러누워 있는 레나를 향해 작게 밤 인사를 건네고는 나도 불을 껐다.

 

   "안녕. 잘 자, 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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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 밝았다. 평화로운 새 소리와 함께 햇살이 창문을 깰 것처럼 방 안으로 내리쬔다. 꼭 나를 옥죄는 것처럼 느껴져 미간을 찌푸리고는 벌떡 일어났다. 아, 그러고 보니까 레나는? 오늘 아침 당번인데. 설마 안 일어난 건 아니겠지. 빗으로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레나의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숨 막히는 정적. 허, 기가 차네 정말. 내가 어제 아침 당번이라고 귀에 박히도록 말했는데. 성질 더러워 진짜... 나보다 더 심해.

 

   "레나, 너 또 안 일어났어?"

 

   "하... 졸려! 게다가 아침 당번은 귀찮아.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아침 준비까지... 너무 바쁜 거 아니야?"

 

   "야, 내가 그걸 당번일 때마다 꾸준히 했어. 얼른 일어나."

 

   "으악, 싫어! 너 자꾸 이렇게 나 귀찮게 하면 그냥 초능력 쓴다?"

 

   "쓰던 말던. 어차피 너만 초능력 있는 것도 아니야. 마리오네트의 위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너도 잘 알잖아."

 

   "아, 귀찮아 진짜!"

 

   하여간 성질 더러워. 동맹 그딴 거 깨버리고 싶다니까. 이번 일만 끝나면 쟤부터 죽여야겠다. 하나뿐인 친구는 무슨, 꾸밈으로 가득한 위선이지. 동맹... 이것만 아니었어도 당장 죽이는 건데. 답답해 정말. 수호천사를 지닌 걸로 보이게 하려면 일단 그 행동하고 사고부터 뜯어고쳐야 할 걸.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제발 좀 레나야, 나대지 말자. 꼬리 길면 잡힌다. 우리도, 그 처형대에 서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니까. 우리의 수명은 불안정하다고.

 

   "하아... 그래서 오늘 일정은?"

 

   "몰라~ 아침 먹으면서 천천히 생각해봐야지 뭐!"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욕을 잔뜩 내뱉으며 레나를 끌고 가다시피 부엌으로 데려갔다. 동맹 끝나면 진짜 너부터 죽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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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처형은 딱히 없는 것 같아."

 

   라이브는 카페에서 사 온 버블티를 한 모금 들이마시며 말했다. 음, 맛있네. 레나도 만족한 듯 아까부터 계속 버블티를 섭취 중이었다. 할 말이 없어 버블티만 마냥 바라보고 있는 나를 응시한 레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준비가 다 되어가. 곧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야!"

 

   "벌써 그렇게 됐나."

 

   "응! 지금까지 사람이 얼마나 많이 모였는데~ 이 정도면 충분해! 그 사람들도 우리에게 헌신을 다하기로 했잖아. 같은 목적이니까!"

 

   레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난 도무지 실감이 안 난다. 우리 수호악마를 지닌 사람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라니. 제법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대사, 상황이지 않나. 그리고 빼돌린 사람들이 줄곧 우리를 따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다들 똑같은, 차별의 인생을 살았을 테니. 수호악마를 지닌 사람이 우위에 서 있고, 차별은커녕 엄청난 대우를 받는, 사회의 쓴 맛을 보지 않는 그런 생활.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닌, 정점에 군림하는 것. 그것이 목표이고 좌우명이며 곧 우리의 힘으로 열릴 시대의 표본이다. 상상만 해도 행복해. 이런 시대라면, 우리가 발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극소수의 외침은 다수에게 금방 묻히기 마련이니. 그래. 이름하여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하... 레나, 이 썩어빠진 세상을 바꾸면 가장 먼저 뭘 할 거야?"

 

   "목적을 달성했으니까 우리의 동맹은 깨지는 거고, 이때다 싶은 내가 너를 죽이러 달려들겠지! 어차피 라이브 너도 같은 생각이잖아?"

 

   "언제 독심술 능력도 생겼어."

 

   "얼굴에 다 쓰여 있으니까!"

 

   레나는 미소를 살짝 띄우며 말했다. 저 능글거리는 표정이 너무나도 마음에 안 들어. 하하, 언젠가 저 얼굴 가죽을 벗겨내야 할 것 같다니까. 나는 악마 그 자체니까, 충분히 가능한데.

 

   "그나저나 빨리 진행해야 해! 너도 알지? 우리의 행보가 뉴스에 잔뜩 나오고 있다고~ 또 말머리에 특급 뉴스 달아놓고 사람들이 제 입맛대로 마음껏 지껄이겠지!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도 처형될지 누가 알겠어?"

 

   "입 싸물어. 내가 그런 것도 모를 정도로 빡대가리는 아니야."

 

   "갑자기 세게 나오네? 귀여워~"

 

   귀여워 막 이러네. 라이브 얘는 악마가 확실하다니까. 뻔히 아는 얘기를 나불대는 게 참 지루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생각했다. 저 목소리가 들리는 것 만으로도 역겨워서 죽을 지경에 이르렀으며. 은근히 비꼬는 것도 내 몸을 있는 힘껏 쥐어짜는 느낌이다. 아아, 레나야. 너라는 존재가 당장이라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라. 어쩌면 우리의 목적이 이루어진 달콤한 세상을 맛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도 희열을 느끼기에는 충분하잖아. 안 그래? 악마.

 

   "후후, 됐고! 방금 뜬 뉴스 좀 볼래? 특종이야! 수호악마를 지닌 사람이 그동안 첩자로 있었다네? 용케 잠입해서 그렇게 노력했는데 아쉽게 됐어. 우리가 구원해야 할 어린 악마가 또 1명 생겼잖아? 얼른 가자고! 이번 처형은 바로 진행한대!"

 

   라이브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레나를 바라봤으나 신경을 뭣도 안 쓰는 레나였다. 속으로 신경을 벅벅 긁는 건 여전해. Devil, 그 자체다. 그렇지만 라이브 쟤가 싫다고 해서 안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번에 빼돌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초능력의 위력이 세거나 쓸모가 꽤 있는 거라면, 이 일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새로운 시대의 열림. 혁명의 시작. 곧 있으면 넘쳐날 피의 씁쓸함과 달콤함. 이 모든 것들이, 오늘 이루어진다 - 라니. 뿌리칠 수 없는 악마의 유혹이야. 라이브는 비웃다시피 입꼬리를 올리고는 옷가지를 챙겨 라이브를 뒤따라갔다. 역시 악마의 피는, 속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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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다 왔다! 제법 상쾌한 걸? 날씨도 우리를 반겨주나 봐!"

 

   "상쾌하기는 무슨. 후덥지근해. 더군다나 네가 처형이 바로 시작될 거라며 닦달하는 바람에 뛰어왔잖아. 덕분에 더워서 뒤질 것 같아.

 

   "헐, 진짜? 그러면 죽어 그냥!"

 

   "혼자 죽을 바에는 차라리 너랄 동반 자살을 하겠어."

 

   끝까지 기 싸움을 반복하다가 둘은 결국 귀찮다는 듯 동시에 발걸음을 돌려 처형대에 가까이 다가갔다. 오는 도중에 들었던 말에 따르면, 이 아이의 초능력은 싱크홀이라던데. 바닥에 구멍을 뚫어서 저 역겨운 수호천사들을 빠뜨릴 수도 있잖아? 제법 쓸만한 걸. 그래, 이 아이만 빼돌리자. 혁명의 초침이 빨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어린 악마야, 이리 오너라. 네가 수호악마를 지닌 사람들로 구성된 혁명단의 마지막 악마란다. 이제 쓰디쓴 밑바닥이 아니라 달콤하고 황홀한 정점을 맛볼 수 있을 거야. 우리의 목적을, 환상이 아닌 현실로 옮겨버리자.

 

이리와, 이리와, 이리와! 더는 저 진정한 쓰레기들에게 차별받지 않아도 돼. 숨기지 않아도 돼. 죽을 위기에 처하지 않아도 돼. 어서, 우리에게 와!

 

   "잠깐, 라이브!"

 

   "... 아. 뭔데."

 

   "일단 이것부터 차!"

 

   철컥. 눈 깜짝할 사이에 무언가 소리를 내며 손목을 점령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감각, 소리.

 

... 수갑?

 

미친. 이게 뭔데? 다시 한번 봐도 수갑이야. 수갑이라고? 답답해. 싫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야. 대체 뭐지? 왜 내 손목에 수갑이 있어? 누가, 누가, 누가?

 

   "꽤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네. 라이브, 우리의 악마님!"

 

   "... 미친 년. 네가? 왜?"

 

   "이제 우리는 아니네! 나는 천사, 너는 악마! 엄연히 다른 부류의 사람이니까!"

 

   "천사? 천사라고? 미친 년. 역겨워. 속인 거야? 날 속였어? 천사가 악마를? 차별의 극치를 달리는, 덜떨어지고 아둔한 천사가? 이 미친 년이, 이 미친 년이!!"

 

   "진정해, 라이브~ 누가 보면 잡아먹을 줄 알겠어! 물론 나도 네가 불쌍하긴 해, 오늘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 얼마나 들떴겠어? 근데 아쉽지만 혁명은 안 돼. 아니, 불가능해! 애초에 400만분의 1 확률로 태어나서 쪽수부터 밀리잖아~ 수호악마를 지닌 사람을 그렇게 많이 찾아낸 근성은 나도 칭찬해줄게! 진짜 아득바득 찾아내더라~ 하지만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지, 라이브? 네 생애도 끝인 걸! 그리고 속인 거 맞아, 우리가 그동안 저 휴식지를 들키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다 큰 그림이지! 일부러 안 들키게 잘 말해놨던 거라고~"

 

   하, 하하. 레나, 이 미친 년. 나는 너를 믿었어. 아무리 죽일 만큼 미워도, 제일 믿는 게 너였다고. 근데 네가. 네 손으로 직접 내 손목에 수갑을 차? 초능력 제어 기계까지 붙어있다니. 도대체 언제부터 짜고 친 거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니면, 지금 처형대에 있는 저 아이처럼 첩자로서 접근한 건가? 아악, 레나 이 미친 년... 대체 뭔 짓거리를 한 거야? 나를, 나를 배신했어!! 이 쓰레기 같은 천사가!!

 

   "이번에는 내가 인사를 건넬게, 라이브. 잘 자!"

 

   "이 대낮에 무슨 ― "

 

   땡그랑, 금속의 무언가가 땅바닥에 떨어진다. 귓속을 파고드는 마찰의 소리. 이건, 칼? 이 일을 할 때마다 초능력 발동을 위해 썼던 단도인데. 무슨 속셈이지? 나를 배신한 레나, 악마를 배신한 천사야. 그 입으로 너의 속셈을 다 지껄여보라고. 이 미친 년이, 배신의 대가는 톡톡히 치를 준비 됐지? 준비 됐다고 알아들을게. 악마를 속인 천사의 최후를 역사책에 똑똑히 새기게 해주겠어. 너 같은 미친 년과 같이 죽더라도, 비록 내 몸을 불사르고 짓밟더라도!!

 

   "Bonne nuit, 잘 자! 영면은 곧 너의 족쇄를 풀 열쇠가 될 거야. 혁명의 열쇠는 존재하지 않고, 족쇄를 풀 열쇠만이 존재하지. 죽음의 희열을 느끼는 거, 수호악마를 지닌 너한테는 제법 좋지 않아? 물론 수호천사를 가진 나한테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죽음의 희열이라니, 천사인 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 할 영역인 걸! 그래서 수호악마를 지닌 사람들이 차별받는 거 아니겠어?"

 

   "뭐라고?"

 

   그래서 차별받는다? 뭔 헛소리야. 그 입을 찢어버리기 전에 닥쳐. 닥치라고. 세상에 합법적인 차별은 없어. 수호천사를 지닌 너는 모르겠지. 수호악마를 지닌 사람들의 고통을. 네가, 네가 진정한 위선의 존재야. 천사가 악마처럼 행동해서 생활하는 건 차별 받는 우리 악마들에 대한 기만이라고. 알아들었어? 수호악마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그런 소리를 함부로 지껄여도 될 만큼 우리가 아둔해 보이냐고!! 악마의 본성은 너희 쓰레기 무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해. 아무리 쪽수가 밀린다고 하지만 발리는 건 오히려 그 쪽일 걸? 우리가 그토록 차별 받아서 덕분에 초능력이 정말 강해졌어. 우리를 능가하는 자들은 아무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야!! 그리고 차별의 근원지인 너희를 쳐부술 거야. 그 썩어빠진 차별을 지금 당장 멈추지 않는 이상 용서 따위는 해주지도 않을 거니까 이 악물고 있으라고!!

 

   "표정에서 다 드러나는 거 너무 웃기네... 그래, 차별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거지? 그게 죽을 듯이 억울한 거고? 그렇다면 너희가 차별받는 이유를 알려줄게. 머릿속에 잘 새겨! 알겠지?"

 

   라이브는 눈을 희번뜩 뜨고는 레나를 바라보았다. 이 수갑과 초능력 제어기만 아니었어도 당장 죽이러 달려들었을 만한 살기. 누가 봐도 주눅들 것이다. 그러나 레나만큼은 여유롭게, 너무나도 여유롭게 라이브의 턱을 자기 쪽으로 획 잡아당겼다.

 

   "너희 무리가 차별받는 이유는, 너희가 너무 나댔기 때문이야! 매번 악의 편에 서고, 폭력적이며, 흑의 능력을 쓰는 데다, 이제는 이 세상을 바꾸겠다며 쓸데없는 혁명까지 꿈꾸고 있어. 이러니까 우리한테는 당연히 성가시지!"

 

   그래서.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성가시니까 차별하고 죽이겠다는 거야? 역시, 진정한 악마는 너희들이야. 악마에게 찬사를 보내는 악마, 악마를 차별하는 악마. 모순이잖아? 그렇게 허무한 이유로 사람을 차별한다는 게 말이 돼?

 

   "내가... 지금까지 뭘 위해서 달려왔는데."

 

   "잘 알아, 라이브. 우리의 Devil. 내가 모를 리 없잖아, 그치? 같이 생활했으니까 아는 게 당연한 섭리 아니겠어?"

 

   레나는 떨어뜨린 칼을 다시 주우며 속삭였다. 자장가 마냥 노곤해지는 기분의 목소리. 아, 홀린다. 빨려 들어간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근데 어째서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아. 왜? 제발 해답을 알려줘. 이 모든 것들의 해답을 나에게 낱낱이 밝히란 말이야. 저딴 허무한 대답은 필요 없어. 만족할만한 답, 그런 건 없는 거야?

 

   "한참 생각 중일 텐데 미안해! 잘 자, 라이브. 이제 그만 영면을 취하도록 해."

 

   그토록 익숙한 감각이 나를 감쌌다. 붉은색의 찐득한 액체. 그것이 복부에서 콸콸 쏟아져 나온다. 물론 신체적 고통은 없다. 정신적 고통만 남아있을 뿐. 아, 죽음이 나에게 손짓하고 있다. 나의 소원을 이루지도 못한 채 최후를 맞이하는 악마는, 제법 불쌍하지도 않은가?

 

   "차별은 계속될 거야. 네가 원하는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거고. 이것만 기억해둬, 라이브. Lena가 live에게 전하는 마지막 한 마디야."

 

   아니야. 차별이 없는 세상은 분명히 올 거라고. 정신이 한없이 아득해져 가도, 내가 원하는 세상은 올 거라는 걸 말해야 해. 저 재수 없는 미친 년에게, 뼛속 깊이 새길 한 마디를 남길 거라고.

 

   "진정한 악마들아. 아둔하고, 서로를 뜯는데 급급한, 굶주린 짐승들아. 우리 수호악마가... 차별당하지 않는 세상은, 반드시 올 거야. 반드시 ― ....."

 

   ... 숨통 끊겼다. 드디어 죽였네! 라이브, 덕분에 우리가 많은 악마들을 찾아낼 수 있었어. 너의 업적은 길이길이 남을 거야. 그래, 똑똑히 지켜봐. 아둔한 게 과연 누구인지. 차별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모르는 쪽과 악마를 처단한 천사. 과연, 어느 쪽이 더 어리석을까? 응? 라이브. 어서 두 눈 뜨고 봐봐. 현실은 이래. 그러니까 나도 믿지 말았어야지. 그 쓸데없는 믿음이 초래한 결과가 이거야. 어때, 아름답지? 너무나도 대비되는 현실과 환상, 오히려 좋단 말이야. Live... 나의 Devil, 수호의 존재.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 현실을 직시한 채로.

 

   그러면, 잘 자 라이브.

 

.

.

.

 

   차별이 과연 없어질까요?

 

   라이브가 그토록 원하던 세상은 수호악마를 차별하지 않는 세상. 그런 시대가 오기는 할까요? 이에 대한 답은 아니오, 입니다. 차별이 줄어들지언정 없어지지는 않아요. 이 현실, 이 세상. 정말 달콤하네요. 마치 딸기처럼. 그와 동시에 씁쓸해요. 이건 초콜릿 같네요. 그리고 부드럽기도 해요. 생크림처럼. 어쩌면, 그 케이크는 이 세상을 그대로 나타냈기에 인기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죠? 하지만 Angel과 Devil이 공존하지 않는다면. 하하, 이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만약에, 만약에 그랬다면.

 

차별이 없지 않았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차별의 고충을 그대로 담아낸 이 사회. 이것들에 대한 생각을 저에게 들려줘요. 그리고, 질문 하나 더.

 

천사와 악마는 공존할 수 없는 존재였을까요.

 

 

 

 

 

-공백포함 12582자, 공백제외 9056자입니다.

-정서아님이 제공하신 수호세계관을 활용했습니다.

-기어코 제출은 했으나... 쓸데없이 분량은 많고 스토리는 없네요. 이렇게 가독성 떨어지는 글 이 세상에 없다... 이번 글은 망했으니 다른 분들 글이나 보면서 눈정화 해야겠습니다. 공백포함 10000자 넘겼으니 여한은 없어요... 하하.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맞아... 쓰는 거 까먹었네요. Live는 Devil의 철자를 바꾼 후 D를 뺐고, lena는 Angel의 철자를 바꾼 후 g를 뺐습니다.

댓글9

  • 정서아 7레벨 2021-08-02 13:42

    1 0

    묘사가 진짜 너무 제 스타일이예요ㅠㅠㅠ 이거 창의상 빋을듯 ㅠㅠㅠ

  • 홍서연 6레벨 2021-08-02 08:23

    1 0

    (광광)

    • 김지안 6레벨 2021-08-02 08:44

      0

         꺄아 서연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올릴 때마다 서연님 댓글 보고 힐링하는 편이에요... 사실 이번 글 가독성 너무 떨어져서 속상했는데 글 좋아해주시는 분들 계셔서 오열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려요!!

  • 박한별 5레벨 2021-08-01 22:20

    1 0

    엄머 짖짜 지까님.... 

    • 박한별 5레벨 2021-08-01 22:39

      0

      제가 감히 지안님을 팬으로 두어도 될지 오히려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ㅠ 
      달려와 주신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곧 올릴 거에요!

    • 김지안 6레벨 2021-08-01 22:25

      0

         헉 한별님 오늘도 바로 달려와주셨네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ㅜUㅜ 제가 감히 한별님의 팬이어도 될련지요... 가독성 너무 떨어져서 이마 탁 치고 책상에 머리 박았었는데 한별님 댓글 보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한별님이 글 쓰시면 바로 달려갈게요!!

  • 박채란 7레벨 2021-08-01 22:18

    1 0

    지안님 어떻게 그렇게 여러 표현을 생각해내시는지 궁금합니다ㅠㅠ.

    • 김지안 6레벨 2021-08-01 22:23

      0

         어머 채란님 영광이에요... 오히려 채란님이 더 많고 다양한 표현을 하시지 않나 싶고... 저는 그냥 한낱 후레러랍니다 제가 채란님한테 배워야할 입장...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드리며... 표현은 그냥 꽂히는 거 막무가내로 집어넣거나 주변에 있는 거 쓱 보고 끼워넣습니다... 채란님 표현도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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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리매스 문제는 2019년도 정부의 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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