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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팁X쿠키런) 휴먼쿠키 10화: 용감한 쿠키, 김유한

김하윤 기자 7레벨 2022.01.15 11:49

 

9화 링크: https://kids.dongascience.com/presscorps/postview/335022

 

 "용감한 쿠키!!! 김유하안!!! 흐으으..."

 

 명량한 쿠키가 오열을 하며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그녀 아래에 쓰러진 휴대폰의 표면에는 이슬이 투툭 떨어졌다.

 

-

 

 "..."

 

 블루파이맛 쿠키도 그 소식에 충격적인 것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녀는 딸기맛 쿠키의 휴대폰 매시지를 받고 짧은 답장이라도 하지 못 한 채, 휴대폰을 붙잡고, 그대로 서 있었다.

 

 쿠키는,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됀다고 한다는 옛 이야기가 생각났다.

 

블루파이- 쿠키는 죽으면 별이 됀다고 하네요.

명량한 쿠키 양에게 전해 주시죠.

 

 이것이, 겨우, 블루파이맛 쿠키가 명량한 쿠키의 위로와, 용감한 쿠키의 명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녀의 직업에 걸맞게 옛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이 겨우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

 

 용감한 쿠키가 세상에 등을 돌린지 이튿날이 되었다. 장례식을 치르렀다.

 

 전날은 다들 치료며 검사며 그런 것들에 바빴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들 큰 부상이나 병은 없어 하루만에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잠뜰 패거리와 명량한 쿠키, 딸기맛 쿠키, 시나몬맛 쿠키와 수현은 장례식 건물에 도착했다.

 

 장례식 특유의 냄새가 잠뜰의 코를 찔렀다.

 

 '이 냄새, 내 삶에서는 또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냄새에 갑자기 생각난 각별의 모습에, 잠뜰은 안 그래도 울적한 마음이 더욱 울적해 졌다. 각별의 장례식 때가 생각났다. 그제서야 각별의 죽음을 알아 챈 그녀는, 차라리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눈물로 나날을 보냈으나 그것만은 아니었다. 용감한 쿠키 덕분인지, 때문인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용감한 쿠키의 관을 향해 절을 두 번 올렸다. 물론, 익사했으니 관은 비어 있는 관이었다. 그의 사진 속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휴대폰을 새로 사고 명량한 쿠키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장례식에는 잠뜰 패거리와 명량한 쿠키, 딸기맛 쿠키, 시나몬맛 쿠키와 수현 외에도 다행히 수업이 빨리 끝나서 올 수 있었던 호두맛 쿠키, 죽음이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 아몬드맛 쿠키, 교수인 라떼맛 쿠키와 에스프레소맛 쿠키도 와 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검은 옷이었다.

 

 모두, 서로의 눈치에 맞춰 절을 두 번 올렸다. 몇몇 쿠키들과 사람들은 방을 빠져 나오고 식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명량한 쿠키와 마법사맛 쿠키, 닌자맛 쿠키, 보더맛 쿠키, 라더와 잠뜰은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었다. 마법사맛 쿠키는 그대로 무릎을 꿇어 울고 있었고, 닌자맛 쿠키와 보더맛 쿠키는 김유한, 김유한, 이러면서 울고 있었고 라더와 잠뜰은 용감한 쿠키의 사진 속 용감한 쿠키의 눈을 응시하며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반면 가장 슬피 울어야 할 명량한 쿠키는, 울지 않고 있었다.

 

 뭐, 그럴 만했다.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입을 꽉 닫고, 입을 열지 않고, 속으로 용감한 쿠키를 연신 외치면서 엉엉 울고 있었다. 아니, '오열하고 있었다'가 되려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았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마법사맛 쿠키는 그의 관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 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용감한 쿠키를 익사 시키고 유은이자 슈크림맛 쿠키와 살아 남은 마법사맛 쿠키였다. 그는, 슈크림맛 쿠키에게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게 하지 않아 그와 있었던 일을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그의 죄가, 용감한 쿠키를 '죽인' 죄에서, 좀 더 무거워졌다.

 

-

 

 장례식이 있기 몇 십 시간 전이었다.

 

 '꼭 생존한다.'

 

 용감한 쿠키는 이 생각만 수십 번을 하며 바닷속을 헤엄 쳤다. 물이 너무나 차가웠으나, 꼭 살아남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그 추위를 견뎠다. 생각은 신체적 조건을 바꾼다는 것을, 용감한 쿠키를 잘 알고 있었다. 항상 용감하게 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그런 것이었다.

 

 그는 수면으로 올라 왔다.

 

 "파하..."

 

 용감한 쿠키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우선 그가 있었던 곳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지구가 맞기는 한가? 그는 수면에서 보이는 것들은 일단 모두 눈에 담았다. 어린 아이가 애를 조금만 쓰면 올라갈 수 있을 법한 난간 너머로는 벽돌로 이루어진 길이 있었고, 길 주위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과 나무들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한국 맞나?'

 

 한국을 떠나서 지구가 맞는지 의심이 드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는 우선, 난간을 끙차, 하는 소리와 함께 넘고 벽돌로 이루어진 길에 바닷물을 뚝뚝 흘리며 그 길을 향했다. 그의 옷도, 머리칼도, 신발 등등 모두 젖어서 물기가 축축히 맺혀 있으며 차가워진 상태였다.

 

 다행히도 햇살이 그의 옷을 댕강 말려 주었지만, 따듯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 다행히다. 마지막이네."

 

 용감한 쿠키가 길을 따라 가자, 영문 모를 줄이 있었고, 줄의 제일 앞에 있던 용감한 쿠키 또래의 남자아이가 입모양으로 중얼 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용감한 쿠키는 무슨 줄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그 줄에 포함되도록 제일 뒤에 섰다.

 

 5분 정도가 지났다.

 

 용감한 쿠키 뒤에도, 앞에도 아무도 없었다.

 

 "...이름 뭐야?"

 

 "어..."

 

 용감한 쿠키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김유한."

 

 "...뻥 치시네."

 

 남자아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용감한 쿠키는 무슨 소리냐고 대꾸했지만, 속으로는 설마 들킨 건가, 하면서 진땀을 흘리면서 불안해 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서 이름도 모르는 애한테 들키면 본인은 어떻게 됄까, 설마 죽는 거 아닌가 하면서 그러고 있었다.

 

 "진짜 이름, 본명."

 

 "..."

 

 "말 빨리 하지? 그래야 너도 좋고 나도 좋은데."

 

 "그럼, 여긴 어딘데?"

 

 "어디겠냐?"

 

 남자아이가 되물었다. 용감한 쿠키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기가 어떻게 아냐고 하면서.

 

 "아... 익사구나. 미안. 그럼 모를 법하기도 하지."

 

 "...잠깐, 뭐? 익사? '익사'?!"

 

 남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감한 쿠키는 너무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 했지만, 그는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킨 뒤 자신의 목에 손가락을 가로로 슥 그었다. 죽었냐는 물음이었다.

 

 남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 그, 그럼! 넌 누군데?!"

 

 남자아이는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해 줬다. 사람들의 국적이나 종교에 따라 저승 갈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이라는, 이해가 돼면서도 짧은, 에스프레소맛 쿠키가 그렇게 많이 말하는 '효율적인' 설명이었다.

 

 "네 이름은!"

 

 "김각별. 근데 너, 내가 물을 것을 왜 계속 네가 묻고 있냐?"

 

 "!"

 

 용감한 쿠키는 '김각별'이라는 이름이 그의 주변에서 앵앵 도는 것 같음을 깨달았다. 김각별, 별의 휴먼쿠키.

 

 "...왜."

 

 각별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용감한 쿠키를 수상한 눈빛으로 위아래를 훑어 보며 말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뒤로 한 발 짝 물러났다. 자신을 공격할까봐 그런, 일종의 본능이었다.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

 

 "...잠시만, 야. 나, 본명 말해줄게."

 

 "어? 어어..."

 

 "용감한 쿠키."

 

 "...?"

 

 각별은 그대로 용감한 쿠키를 바라보았다.

 

 "아, 통성명 전에, 친분 말 해 주는 게 더 나았으려나."

 

 "웬 친ㅂ..."

 

 "박잠뜰. 서라더. 정공룡. 박덕개. 운동 동아리."

 

 "!"

 

 각별은 자신이 속해 있던 운동 동아리 인원들의 이름을, 왠 남자애, 아니 쿠키라는 자가 말하니까 당황 그 자체를 하는 바람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했다. 뭐, 할 말이 없기는 했지만.

 

 "나랑 얘기 좀 해."

 

 각별이 겨우 어버버해 하면서 말했다. 그러고는 용감한 쿠키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숙소로 끌고 가듯 데려 가서 의자에 앉혔다. 용감한 쿠키는 죄라도 지은 쿠키처럼 본인의 두 손의 힘을 꾹 쥐었다. 그가 잡고 있던 바짓자락에 주름이 생겼다.

 

 "...내 친구들은 어떻게 알고 있어?"

 

 "내가 그들 중 하나니까. 운동 동아리."

 

 "...!"

 

 각별은 조금 놀라운 듯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다시 열었다.

 

 "...넌 누구야?"

 

 "말해 줬잖아, 용감한 쿠키라고."

 

 "그러니까. 난 사람인데."

 

 "아..."

 

 용감한 쿠키는 각별에게 간단한 설명을 해줬다. 대충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간추려 주었다. 시간 관계상 그럴 수밖에 없었다. 키다리 아저씨에 있는 주디처럼, 자는 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날 시간이 다가 오고 있으니까.

 

 "...와아."

 

 각별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휴먼쿠키 이야기까지 해 준 각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

 

 "뭐. 엄청 놀랍지는 않다. 내가 별의 휴먼쿠키라는 거."

 

 "...?"

 

 "그, 내가 어릴 때부터 좀 그런 게 있었거든. 그... 왜... 있잖아. 그런거. 무당들이 말하는 그런 걸로 보자면... '신기'?"

 

 "아아..."

 

 용감한 쿠키는 인터넷 어디선가 본 '신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젠 내가 설명해 줄게. 이곳에서는 천천히 망각 돼는 경우가 세 가지인데. 고향이 아닌 타지역, 즉 객지에서 죽었을 때, 어릴 때 죽었을 때, 억울하게 익사했을 때. 근데 넌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으니까 망각이 돼기는 됄 거 거든."

 

 "지, 진짜?"

 

 각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천천히 망각 돼는 거니까,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은 나한테 말 해 둬."

 

 각별이 A4 용지와 볼펜을 한 자루 꺼내며 말했다. 그가 잊으면 안 됄 것들을 필기라도 해 필요할 때 볼 작정인 모양이다. 각별은 볼펜을 한 번 딸칵, 하며 볼펜의 심을 꺼냈다.

 

 "...있잖아, 그냥 궁금한 건데."

 

 "?"

 

 "만약에 내 기억에서 내 이름만이 남으면, 난, 김유한이야? 용감한 쿠키야?"

 

 각별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태어난 것은 용감한 쿠키로, 죽은 것은 김유한으로 죽었다. 반은 쿠키인 용감한 쿠키이며, 반은 인간인 김유한이었다. 각별은 이 상황이 처음이라,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을 수 있었으나, 무거운 입을 열었다.

 

 "...하늘이 맡겨 주겠지. 그리고 당분간 너는 나랑 숨어 지내자."

 

-

 

 장례식이 끝난 밤이었다.

 

 마법사맛 쿠키는 모두가 자고 있을 때, 서늘한 밤공기를 쐬기 위해 그의 방 창문을 열었다. 밤을 넘어 온 바람이 마법사맛 쿠키의 눈물을 슥 닦아 주었다. 그게 살짝 따가워, 마법사맛 쿠키는 눈을 살짝 감았다 떴다.

 

 '이 바람은 어디서 왔을까.'

 

 그는 저절로 용감한 쿠키가 있는 곳에서 왔으면 좋겠다고 믿었다. 기왕이면 용감한 쿠키도 쐰 바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허무맹랑하고 이야기에나 있을 법한 그런 허접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만, 달빛 하나, 별빛 하나 없는 이 밤만큼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달빛과 별빛도 용감한 쿠키의, 김유한의 명복을 빌기 위해 눈치껏 나오지 않는 것인지 밤은 평소보다 깜깜했다.

 

랃- 자?

 

 라더가 개인 가톡을 보냈다.

 

서빈-아니

 

 가톡할 기분이 아니었다. 평소에도 짧게 보내는 편인데, 오늘은 더욱 짧았다.

 

랃-괜찮아?

 

서빈-아니

 

 라더는 할 말을 생각하는 건지, 잠시 가톡을 보내지 않았다. 마법사맛 쿠키는 그것을 핑계 삼아 휴대폰을 끄고 다시 깜깜하기만 한 밤하늘을 바라보려고 할 참이었다.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라더에게 다시 가톡이 왔다.

 

랃-너가 안 괜찮으면 나도 그만 보낼게

 

서빈-아 아냐 계속 보내

 

 라더가 막상 이렇게 나오니, 마법사맛 쿠키는 '그만 보낼게'라는 가톡이, 영원히 그만 보낸다는 내용 같아 아니라고 했다. 그도 라더가 오늘은 그만 보낸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저 불안감에 그렇게 보냈다.

 

랃-왜 안 자고 있어?

 

서빈-잠이 안 와서?

 

랃-그것만?

 

 마법사맛 쿠키는 본인의 친구지만 눈치가 꽤 빠르다는 것을 다시 떠올린 뒤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다.

 

서빈-오늘 잘 자면 죄 지은 것 같애서.

오늘 잠 들면 악몽 꿀 것 같애서 안 잠.

 

랃-보이스톡 가능해?

 

 마법사맛 쿠키는 뜬금없는 라더의 제안을 받아들임을 의미해 'ㅇㅇ'이라고 보냈다. 그러자, 그 답을 기다린 모양인지 라더는 곧장 마법사맛 쿠키에게 보이스톡을 걸었다.

 

 "...너라도 몸조리 잘 해야지 않겠냐. 너 살라고 용감한 쿠키가 희생한 건데."

 

 "...무서운데."

 

 마법사맛 쿠키는 막상 라더의 목소리를 들으니 진정 됐다고 생각한 울컥함이 또다시 올라 왔다. 마법사맛 쿠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라더는 그것을 듣기만 했다. 그것이, 마법사맛 쿠키에게 건내는 최고의 위로였다.

 

 "용감한 쿠키가, 나 때문에 죽어서, 난 그것도 무섭고. 명량한 쿠키 누나 마주치기도 무섭고, 우리반 애들 마주하기도 무서워. 그냥... 그냥 세상이 다 무서운 것 같아."

 

 "...그거. 우리반 애들 있잖아, 나도 포함이야?"

 

 "반은 그렇고, 반은 안 그래."

 

 라더의 휴대폰 너머로, 라더는 마법사맛 쿠키의 숨소리가 축축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서빈이 불쌍하고, 마법사맛 쿠키가 안타깝기만 할 뿐이었다. 다른 감정은 없었다. 원망을 이겨내고 가톡을 건냈는데, 되려 그에게 측은함이 들었다.

 

 "자. 얼른."

 

 "말했잖아, 무섭다고."

 

 "...이제 초5도 끝나가고, 서너달만 있으면 초6인데 뭐가 무서워. 공포영화도 나보다 더 잘 보는 애가. 비위도 우리 동아리 애들 중 가장 셀 걸."

 

 "그런 무서움이랑 달라. 그리고. 나이가 뭐라고 그래. 숫자에 불과하는 걸."

 

 "..."

 

 "그냥... 무서움이랑... 미안함 외에는 아무 감정이 없는데... 다른 사람이나 쿠키한테 말하는 거, 그게 제일 무서워서... 진짜 너한테만이라도 큰 용기 내서 말 하는 거거든? 그냥... 제발..."

 

 "..."

 

 라더는 말이라도 건내면, 그의 울적한 마음이 들키기라도 할까 봐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도 그냥 걔 따라 콱 죽어 버릴까?"

 

 "M쳤어?!"

 

 라더는 마법사맛 쿠키의 말에 방금까지만 해도 조용해 있던 태도를 싹 지우고 외쳤다. 의자에 앉아 있던 라더의 의자가 뒤로 쓱 끌리는 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렸다.

 

 "너 때문에 용감한 쿠키가 죽었다고 쳐! 그런데 너는 왜?! 넌 또 왜 죽는데! 야, 공부 잘 하면 좀 잘 생각 해. 우리는 지금 잃은 게 용감한 쿠키까지 합해서 둘이야. 너까지 하면 셋이고.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데? 왜 세 명 씩이나 잃어야 하는데?"

 

 "..."

 

 마법사맛 쿠키는 잠시 말이 없다가 말했다.

 

 "너잖아. 먼저 다가온 건. 아무도 없던 내 곁에 먼저 자리 잡은 건 너잖아, 안 그래?"

 

 "..."

 

 "깜깜한 저택 같던 내 마음 속에, 초를 붙인 건 너잖아. 초가 녹을 것도, 저택이 썩어 빠져 부서질 것이라는 것을, 정녕 모르고 다가와 초를 붙인 거야? 그런 거야?"

 

 "..."

 

 "..."

 

 침목이 흘렀다.

 

 라더는, 마법사맛 쿠키가 이어갈 말을 기다리고 있었고, 마법사맛 쿠키는, 라더가 할 대꾸를 기다리고 있었다. 쌍방으로 기다리는 중이기에, 어색하면서도 어찌 보자면 자연스러운 침목이 흘렀다.

 

 "...미안해."

 

 "내가 더 미안해."

 

 마법사맛 쿠키가 뒤늦게 덧붙이자 라더도 그것을 발판 삼아 바로 답했다.

 

 "그런데, 나는 네가 계속 우리랑 있으면 좋겠어. 저택 대신에, 뭐가 좋을까... 아, 그래. 성냥이 됐으면 좋겠어."

 

 라더가 말을 이어갔다.

 

 "있잖아. 솔직히 말하면 내 삶에서 특별한 건 딱히 없었어. 진짜 평범한 그런 삶. 친구랑 가끔 놀고, 공부하고 그런 거. 그런데 그 불 없는 초에, 네가 전학을 오면서 나에게 불을 붙여 줬다? 처음엔 경쟁으로, 다음엔 친구로. 그리고 지금은 휴먼쿠키로. 너랑 용감한 쿠키, 닌자맛 쿠키와 보더맛 쿠키가 없었으면 우리는 휴먼쿠키의 휴 자도 모르고 그저 가만히 있었을걸?"

 

 "..."

 

 마법사맛 쿠키는 라더의 위로에 벅찬 감정을 느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적어도 우리가 그 은혜를 갚을 때까지만, 우리의 촛불이 꺼질 때까지만 우리랑 있어주면 좋겠다. 그냥, 그렇다고."

 

 "...으응..."

 

 마법사맛 쿠키는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 했다. 라더가 끝없이 고마웠고, 용감한 쿠키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리웠다. 그런 고마움과 그리움이 덕지덕지 피어났기에, 그런 눈물이 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

 

 "...명량한 쿠키 누나도 아마 용서 했을걸?"

 

 라더는 마법사맛 쿠키가 내내 명량한 쿠키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덧붙였다.

 

 이것이, 이제 막 사춘기를 자신의 몸 속에 입장 시킨 소년들이 나눈 그리움이 섞인 대화였다. 한 쪽은 무섭고, 한 쪽은 원망과 측은함을 느꼈으나, 이내 한 쪽은 고맙고 그리웠고, 한 쪽은 그 한 쪽이 조금이나마 무거움을 털어냈음을 기원하는, 그런 대화. 흔하지 않은가, 이제 사춘기를 맞은 쿠키와 휴먼쿠키들에게는.

 

----------

 

휘유...

 

오늘은 용쿠&각별이랑 법사&라더 위주로 써 봤습니다...

 

그나저나 명쿠 단독도 조만간에 해야 할 텐데요... 아무래도 흑막 걸린 인물 혈통이다 보니... 조만간에 빨리 할 수 있도록 노력 해 볼게요

 

아 쓰고 보니까 마지막 대화 약간 알페스 나페프 오해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말씀 드립니다 절대 알페스/나페프가 아니며, 그냥 팬심에 쓴 소설입니다. 저격 없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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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

  • 곽민정 7레벨 2022-02-07 12:10

    0 0

    ㅇㄴ 제기 설잠수 따위로 이걸 안 봤다고요?
    민정아 무슨 짓을 한 거니....

  • 곽민정 7레벨 2022-02-07 12:10

    0 0

    ㅇㄴ 제기 설잠수 따위로 이걸 안 봤다고요?
    민정아 무슨 짓을 한 거니....

  • 김혜윤 7레벨 2022-01-15 14:47

    0 0

    징짜 이거 보면서 .. 울 뻔 했다구요 ...
    용쿠 살려주세요 (( ??

  • 한가온 6레벨 2022-01-15 13:29

    0 0

    아이디어 너무 조아요! 알림신청!

  • 한가온 6레벨 2022-01-15 13:27

    0 0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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