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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팁X쿠키런) 휴먼쿠키 29화: 난 첩자 역할을 할 테니까

김하윤 기자 7레벨 2022.06.04 11:08

28화: https://kids.dongascience.com/presscorps/postview/366070

 

 "그럼... 내가 몰래 들어와 가지고 서라더 끌고 올테니까 기다려."

 

 "? 너무 무식한 방법인..."

 

 공룡은 잠뜰이 그를 죽일듯이 바라보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자, 하던 말을 관두었다. 보더맛 쿠키는 서라더가 그렇게 순순히 나올 것 같냐고 물었다.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당연히 아니지. 힘으로 퍽, 해서 데려와야지."

 

 "... 죽이지 마."

 

 "누가 죽인대?"

 

 하지만 잠뜰을 제외한 이들은 죽이지 말거라 한 덕개와 같은 생각이었다. 아마 잠뜰이라면 죽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뭐 이런 생각 말이다. 각자 잠뜰에게 한 번 씩 맞아본 기억은 있기에.

 

 "아 맞다. 그럼 이거라도 쓰고 가."

 

 닌자맛 쿠키는 백팩에서 아동용 군청색 중절모와 검은색 손수건을 꺼냈다. 그리고 검은색 코트도 나왔다. 공룡은 "뭐 도*에몽 주머니냐? 뭐가 되게 많이 나오네."라며 농담을 했다. 잠뜰은 이게 뭐냐는 눈빛이었다.

 

 "어... 간단히 하자면 변복 세트?"

 

 "변복?"

 

 닌자맛 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뜰은 이내 "아~"하더니, 중절모를 썼다. 손수건도 입가에 둘러맸는데, 매듭을 잠뜰의 뒤통수 약간 아래쪽에 지어야해서 잠뜰이 하기에는 조금 힘든 바람에 덕개가 도와주어야 했다. 잠뜰은 "아, 이 날씨에 코트 입게 생겼다."라면서 검은 코트를 입었다. 잠뜰에게는 소매가 손바닥 중간 조금 넘게 오는, 그녀로써는 치수가 큰 코트였다.

 

 잠뜰은 머리를 묶었다. 미숙한 실력에 머리끈이 조금 흘러내렸으나, 잠뜰은 상관하지 않는 듯 보였다.

 

 "다녀올게."

 

-

 

 잠뜰은 어둠성의 길을 되짚으며 걸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잠뜰은 아까 공룡과 덕개가 갇혀 있던 그 곳으로 내려가 보았다. 잠뜰은 두리번 거리며 살금살금 걸었다. 벽과 문이 많이 어두운 회색이라 일종의 보호색 같이, 잠뜰의 반짝이는 갈색 눈동자만이 눈에 띄었다.

 

 '여기 있을 법도 한데...'

 

 뭐,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잠뜰의 직감이다. 그녀는 1분 정도 더 돌아보고 있었다. 아쉬움을 숨기지 못한채 다른 곳을 찾아보려고 한 찰나였다. 희미하게 비춰지는 그림자를 보았다. 그녀와 키가 비슷한 그림자.

 

 "서...라더! 서라더!"

 

 잠뜰이 저도 모르게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라더는 뒤를 둘러보았다. 잠깐 당황한 기색이더니만, 잠뜰의 입을 틀어막고 벽 쪽으로 이동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이 C... 야, 박잠뜰, 너 왜 또 여기 왔어? 아까 가던 것 같더니만."

 

 라더는 잠뜰의 입을 풀어주고 말했다. 잠뜰이 아까보다 좀 더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뭐야? 기억 잃은 거 아니었어?"

 

 "? 무슨 소리야?"

 

 잠뜰이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라더는 금방 "아-"하고 입소리를 냈다. 기억을 몇 초 되짚다보니, 금방 잠뜰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낸 모양이다. 라더는 누가 잠뜰을 보기라도 할까봐 어디서 구한 거지 싶은 중절모를 잠뜰의 눈 바로 위까지 푹 씌웠다.

 

 "아, 그거. 어... 씁, 맞긴 한데, 효과는 없더라?"

 

 "뭔 소리야?"

 

 라더는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라더는 감초맛 쿠키에게 스스로 기억을 잃겠다 했다. 그리고 감초맛 쿠키는 망각을 시키는 약물을 라더에게 내밀고는 일이 있다며 방에서 나갔다. 라더는 그걸 마시려고 했다. 순간, 라더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차라리 첩자 역할을 하는 게 좋으려나?'

 

 얻는 정보도 차라리 더 많을 것이다. 물론 배를 태워야한다는 것은 죽을 정도의 죄책이 드는 일이었지만, 잘하면 라더 자신이 얻는 정보들은 그 죄책과 맞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뜰네를 보면 꼭 알려주는 것이다. 몰래 어둠조에 들어간 척 위장했다가, 어둠조의 약점 같은 걸 알려주면 될 것 같았다.

 

 라더는 차라리 첩자 역할을 하기로 결심하고, 그 약물을 몰래 그 배의 모형이 있는 상자에 쏟아 부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약물이 물처럼 투명해서 가능한 것이었다나.

 

 "그런 거야? 아... 다행이다..."

 

 잠뜰은 라더가 뭐라고 할 틈도 주지 않고 덧붙였다.

 

 "얀마. 내가 그 소식 듣고 얼마나 식겁했는지 알아? 어? 난 땅을 치면서 울었는데, 뭐? 첩자? 처업~자아? 내 눈물 돌려내라, 진짜, 너...! 와, 진짜 허무하네? 아니 그리고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그렇게 태우냐, 배를?"

 

 잠뜰은 라더의 발목을 자신의 발로 약간 걷어찼다.

 

 "그 배 태운 건 진짜 미안. 그건 내가 200 퍼센트 잘못했다, 인정, 인정. 아, 근데 박잠뜰,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냐? 어?"

 

 라더는 장난스럽게 말하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 내가 이딴 곳에 이딴 일 하게 됐단 거... 그거 혹시 김각별이 알려준 거야?"

 

 잠뜰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더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잠뜰은 라더의 불안한 눈빛을 발견하고 눈빛으로 뭣 때문에 그러느냐고 물었다. 라더는 어렵게 입을 열어 단어 하나하나를 씹듯이 설명했다.

 

 "... 내가 여기 들어오기 전의 일이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뜰."

 

 뜰. 어릴 때 잠뜰의 부모님과 라더의 부모님이 그냥 잠뜰을 귀엽게 부르려고 부르던 이름이다. 7살 이후로는 라더가 되게 심각할 때만 그렇게 부르고는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라더가 "박잠뜰"이 아닌 "잠뜰아"를 넘어 "뜰"이라고 부르면, 심각한 일은 확실하다.

 

 "이거 듣고 소리 치거나 그러진 마. 그럼 100 퍼센트 들키니까. 그..."

 

 "뭔데, 빨리 말해... 나 불안해져."

 

 "김...각별이. 김각별이..."

 

 라더는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푹 내쉰 다음 말했다.

 

 "김각별이, 어둠조 들어왔어. 내 기억 싹 없어진 척하고 대화 걸어보니까 좀 오래된 것 같더라. 나처럼 첩자 역할 같은 거 말고. 진짜 어둠조 단원으로 들어온 것 같아. 또 수현 형도... 아냐. 이건 아직 확실하진 않으니까."

 

 "뭐...?"

 

 잠뜰이 물었다. 라더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은 게 아니었다. 믿기지 않은 것이었다.

 

 "김각별, 이제 우리랑 다른 편에 있다고."

 

 라더는 잠뜰의 의도를 알아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잠뜰이 말을 못 알아들은 것으로 아는 척 조금 더 쉬운 말로 답변했다. 잠뜰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라더의 경우 그나마 다행이었다. 알고보니 첩자였으니까. 하지만 각별은... 첩자가 배신했다고 했다. 첩자의 말이 맞을 가능성이 첩자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보다 크다. 훨씬 크다.

 

 "아..."

 

 잠뜰은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무서웠다. 중절모와 손수건 사이로 보이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눈가가 빨개져서 하얗게 질린 피부가 더 하얗게 보이는 것 같았다.

 

 "... 어떡해...?"

 

 "..."

 

 "어떡하냐고, 첩자니까 방법이라도 짜내봐. 어?"

 

 글로만 읽으면 명령처럼 보이겠지만, 잠뜰은 애원하고 있었다. 라더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라더는 그것까지는 몰라서, 한참 말이 없다가 말했다.

 

 "... 나는 여기 계속 남아서 첩자 역할을 할게. 난 첩자 역할을 할 테니까, 넌 주인공 해. 너도 영화나 드라마 봐서 알지? 이렇게 해결방안 짜는 건 첩자가 아니라 주인공이 하는 거야. 첩자는 그냥, 조연이야. 첩자는 주인공에게 정보를 가져다주는 것 뿐이잖아. 박잠뜰, 네 머리는 이런 해결방안 짜는 것에선 뒤쳐질지 몰라도 네 몸은 어떻게 해야할지 기억하고 있을 거야. 이래봬도 물의 휴먼쿠키의 환생이잖아? 마법사맛 쿠키의 말에, 태초부터 물의 휴먼쿠키가 휴먼쿠키들 중 리더 역할을 맡아왔대."

 

 잠뜰은 물의 휴먼쿠키의 환생이자 후손이었다. 리더의 환생 겸 후손인 셈이다. 잠뜰의 머리는 해결방법을 모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의 휴먼쿠키, 자신에게서 물려받은 피와, 전생에 했던 것을 어찌어찌 기억할 몸은 알 것이다. 아니 알아야 한다.

 

 "난 못해."

 

 "할 수 있어."

 

 너무 뻔한 소리였다. 그렇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불행은 거기서 시작 된 거였나봐. 김각별 죽었던 때부터. 김각별이 죽고 나서 쿠키들 만났고... 휴먼쿠키에 대해 알고... 용감한 쿠키는 콱 죽어버리고... 주위에 있던 다른 애가 죽어버리니까 진짜 어이가 없을 정도고... 여기까지 왔잖아. 더는 못 갈 것 같아. 네가 주인공 해, 아니... 다른 애들한테 말해서 시켜볼게."

 

 "... 난 이미 스파이, 첩자 역할 선택했거든. 그리고 넌 여태까지 항상 우리 동아리 중심에서 주인공의 일을 잘 해내왔잖아. 그거랑 똑같아."

 

 "할 수 있다고는 쳐도... 지금은, 너무... 지쳤어. 힘들어."

 

 잠뜰은, 그대로 혼절했다.

 

 "박잠뜰...?"

 

 글로만 읽으면 이게 잠뜰의 목소리인지 라더의 목소리인지 모른다. 각별의 목소리인데, 글로만 읽으면 잠뜰 혹은 라더의 목소리일 거라고 생각하고 이내 조금 후에야 각별의 목소리임을 알게 된다.

 

-

 

 수현은 감초맛 쿠키가 내민 종이를 바라보았다. 제 2의 세계의 포셔너 학교가 있는 마을의 간단한 약도였다. 약도의 중앙에는 포셔너 학교가 있었고, 그 학교를 중심으로 빨간 엑스(X) 표시가 죽죽 그어져 있었다.

 

 "와... 이젠 사람을 막... 부려먹네?"

 

 "이번에도 부탁해."

 

 "서라더 걔는 잡아놓고 뭐하게요?"

 

 "걔는 능력을 보관해야하거든. 이런 데에 쓸 수는 없잖아. 대신 이번에는 나도 같이 간다."

 

 수현에겐 그게 오히려 더 불편했다. 혼자 있다면 몰래 뭐라도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수현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바로 입밖으로 내뱉었다.

 

 "김각별이나 서라더는 뭐 아파하던 눈치던데. 뭐 감초맛 쿠키 씨 당신이 손수 만든 시약일 거고. 그런데 난 왜 시약을 주지 않죠?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감초맛 쿠키는 수현을 힐긋 보더니 이내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뭐야? 시약이 먹고 싶다는 건 아닐 테고. 네 상관은 아닐 텐데? 그리고 어차피 우린 알거든. 너 같이 다 자란 놈들에게는 시약이 한 방울도 필요 없는 걸 말이야."

 

 "무슨 소리죠?"

 

 수현은 이맛살을 찡그렸다.

 

 "나중에 알게 될 거야."

 

 감초맛 쿠키는 이렇게만 말하고서는 수현에게 로브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함께 제 2의 세계로 향했다. 수현의 손에 들린 약도에 그려진 그 마을로 향했다. 수현이 눈을 떴을 땐, 어둠성이 아닌 밤의 마을이었다. 조용하고 고요하고 잔잔한 마을.

 

 "아, 이 계획이 조금 더 아름답게 성공하면 너에게도 보상이 아예 없는 건 아닐 거야. 보상은 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고."

 

 감초맛 쿠키가 자신의 로브를 더 푹 눌러쓰며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목에서 팔뚝보다 조금 더 길고 두께가 휴대폰 베터리만한 나뭇가지 두 개를 꺼내곤 하나는 수현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

 

 수현은 겉으로는 감초맛 쿠키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속으론 '상상하는 그 이상의 보상'이 무엇인지 말도 못하게 궁금했다. 수현은 저의 이기심을 통제하기 위해 애쓰며 놓친 나뭇가지를 살짝 주웠다. 그리고 포셔너 학교로 향했다.

 

 감초맛 쿠키가 불을 지르라고 한 곳, 그러니까 곧 발화점이 될 곳은 포셔너 학교 2학년 D반. 수현은 불을 지르려다가 멈칫했다. 딱 그날이었다. 과거의 수현이 서사잎의 낌새를 알아채고 포셔너 학교가 한바탕 난리 난 날(8화 참고). 수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가 나기 직전까지 깨물다가, 서랍장을 열었다.

 

 "... 있네."

 

 서사잎이었다. 새벽(曙)의 죽음(死). 새벽에만 피는 독초였다. 수현은 마스크를 찾아 쓰고선 서사잎을 있는대로 모두 꺼내서 빻기 시작했다. 그리고 2학년 D반 교실에 서사잎의 검은 연기가 자옥하게 깔리자 수현은 그제서야 2학년 D반 교실을 나갔다.

 

 과거는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다는 핑계로,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것이었다. '상상하는 그 이상의 보상'의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마을 하나가 쑥대밭이 되었다. 포셔너 학교 안은 서사잎으로 난리가 나고, 밖은 커다란 불로 난리가 났다. 수현과 감초맛 쿠키는 아까 약속한대로, 마을 구석 어딘가에서 만났다.

 

 "뭐야? 학교는 왜 이렇게 잔잔해? 불 지른 거 맞냐?"

 

 "... 새벽의 죽음."

 

 수현은 그렇게 대답하며 나뭇가지를 감초맛 쿠키에게 도로 던져 주었다. 감초맛 쿠키는 수현의 답을 이해하기 위해 잠깐 3초 동안 생각하더니, 이내 서사를 생각하고 폭소했다.

 

 "하하하하하. 재밌네, 이 인간... 돌아가자. 보상은 어둠성에서 석류맛 쿠키가 줄 거야."

 

 수현과 감초맛 쿠키는 어둠성에 돌아왔다. 석류맛 쿠키는 수현에게 조금 큰 갈색 가죽가방을 내밀었다. 수현은 저도 모르게 놀러서 작게 허, 하고 놀란 신음을 냈다.

 

 "밑엔 인간계에서 쓰는 지폐 뭉치입니다. 금은 여기든 인간계든 비쌀 것이고."

 

 석류맛 쿠키의 말에 수현은 금괴를 한쪽으로 살짝 치우고는 지폐를 확인했다. 지폐가 세계 여행을 다녀오기라도 한 것인지 한국 돈 뿐만 아니라 여러 외국의 돈도 있었다. 일본, 중국, 미국은 기본이고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의 지폐 뭉치들도 있었다.

 

 "이건 이번 사건 치야. 더 도와준다면 그만큼 더 줄 수도 있지. 아까 말했잖아? 네가 상상하는 이상."

 

 그깟 반짝이는 돌덩이와 종잇조각인데. 수현의 마음이, 태풍이 부는 날의 그네처럼 마구 흔들렸다. 그의 마음처럼 수현의 눈동자도 흔들렸다. 멀리서 보아도, 자세히 보면 확실히 보일 정도로 흔들렸다. 수현의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

 

 "네~. 자~ 다들 보세요~? 자, 자, 자아~? 카드가 하트2인거 확인하셨죠?"

 

 시나몬맛 쿠키가 과장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은 "네"라고 했다. 시나몬맛 쿠키는 사람들의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곧장 마술을 선보였다. 순식간에 카드가 비둘기가 되는 아주 간단하고 흔한 마술이었으나 사람들은 "우와"하고 감탄했다. 대답보다도 감탄이 더 만족스러워 보이는 시나몬맛 쿠키였다.

 

 "이제~ 토끼가 나와야겠죠~? 자~, 토끼야, 어딨니~?"

 

 시나몬맛 쿠키는 마술카트에서 토끼를 꺼내려는 순간이었다. 관람실 문이 벌컥, 열렸다. 시나몬맛 쿠키는 물론이고, 사람들도 그쪽을 바라보았다. 문짝이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명랑한 쿠키와 딸기맛 쿠키도 보조실에서 무대 쪽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어 확인해 보았다.

 

 "모두 옥상으로 피하세요!"

 

 시나몬맛 쿠키의 상사였다. 시나몬맛 쿠키는 영문을 몰랐다. 이제부터 하이라이트였는데.

 

 하지만 사람들은 시나몬맛 쿠키와는 달리 상사의 말에 웅성거리면서 옥상으로 향하는 비상구로 올라갔다. 불이 난 것 아니냐, 불은 아니다, 불이 났는데 왜 옥상이냐, 불이 1층에 다 퍼졌으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119에 전화해야하는 거 아니냐, 이러 대화 소리가 들렸다.

 

 "왜 그러세요...?"

 

 시나몬맛 쿠키가 무대에서 내려와 걱정스레 물었다. 상사는 랩처럼 말을 빨리했다.

 

 "지금 땅에 유독가스인지 뭔지 다 퍼져있어. 점점 올라오고 있어, 그러니까 보조실에 있는 사람들도 다 대피하라고 그래. 최대한 높은 곳으로 가는 게 중요해."

 

 상사는 방송을 해야겠다면서 나갔다. 시나몬맛 쿠키, 명랑한 쿠키, 딸기맛 쿠키와 보조실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날 따라 사람들이 많이 안 와서 그런지 옥상이 바글바글하지는 않았다.

 

 "헐...?"

 

 흑색 연기가 깔려 있었다. 조금 큰 자동차들이나 버스들만 겨우 보였다. 유독가스라고 하니까 그걸 마신 사람들은 모두 픽픽 죽어가는 모양이다.

 

 "뭐야... 왜 여기서 이런 게 일어나...?"

 

 "... 올 곳까지 온 거지, 이제."

 

 명랑한 쿠키가 딸기맛 쿠키의 물음에 답했다. 살아남는 방법밖에 없었다. 딸기맛 쿠키는 블루파이맛 쿠키에게 전화를 했다. 블루파이맛 쿠키는 다행히 이 동네에서 좀 높다고 하는 빌딩 옥상에 있다고 했다. 지금 당장은 안전한 셈이다.

 

 사람들은 서로 웅성거렸다. 무슨 일이냐고.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냐고.

 

 자신을 대학교의 화학 교수라고 소개하는 사람은 이런 연기가 만들어지는 게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면서 영어인지 외계어인지 영문을 모를 원소 이름과 함께 섞어 가며 설명했다. 좀 유식해 보이는 소수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따질 틈이 어딨냐고 했다. 자신을 심리 상담가라고 하는 사람은 불안해 하는 사람들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어린 아이들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엔 부족한 실력이었다.

 

 "아, 어떡하면 좋아."

 

 시나몬맛 쿠키가 발을 동동 굴렀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119 헬기가 근처로 날아왔다. 헬기는 연기가 있는 곳에 물을 뿌렸다. 이게 무슨 산불도 아니고.

 

 "물로 한다고 꺼지는 연기가 아닌 것 같은데."

 

 누군가 중얼거리자, 다들 맞다면서 공감했다.

 

 "헬기로 사람들이나 구해내지..."

 

 명랑한 쿠키가 헬기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헬기는 명랑한 쿠키의 말을 듣기라도 한 마냥, 소방관 한 명이 사다리를 타고 옥상 쪽으로 내려와 확성기를 들고 말했다.

 

 "시민 여러분! 지금 많이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현재 헬기에는 만원이므로, 약 20분만 침착하고 차분하게 기다려주시면 다른 헬기를 보내 여러분을 태울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소방관은 "침착하고 차분하게"와 "조금만"에 힘을 주었다. 반은 여러 질문을 한꺼번에 하고, 반은 불안했지만 소방관의 말을 듣기로 한 것인지 입을 바지락처럼 꽉 다물었다.

 

 '혹시 이거 쿠키들이 마셔도 죽는 건가?'

 

 명랑한 쿠키는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죽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살기만 하면 된다.

 

 "딸기맛 쿠키. 이거 쿠키들이 마셔도 죽는 걸까?"

 

 명랑한 쿠키가 평소 목소리 크기로 딸기맛 쿠키에게 물었다. 하도 소란스러워서 명랑한 쿠키가 평소 목소리의 크기로 말해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딸기맛 쿠키는 어깨를 으쓱 올려보았다.

 

 그렇게 위태위태한 20분이 지나자 칼 같이 헬기가 도착했다. 사람들은 헬기에 올라탔다. 명랑한 쿠키, 딸기맛 쿠키 그리고 시나몬맛 쿠키도 타려고 했으나 소방관은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 만원입니다. 세 분, 걱정 붙들어매고 한두시간만 기다려주십시오. 헬기가 올 테니까."

 

 "소방관 양반! 한두시간이나 기다리는데 걱정을 어떻게 붙들어 맵니까?"

 

 시나몬맛 쿠키 상사의 목소리였다. 상사가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했다. 소방관은 뒤를 돌아 "여기서 더 타면 위험합니다"라고 했다. 시나몬맛 쿠키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먼저 가세요! 곧 갈 거니까!"

 

 시나몬맛 쿠키의 말을 끝으로, 소방관은 끝까지 미안하다고 하고 올라가더니 헬기가 하늘 높이 올라갔다. 딸기맛 쿠키는 바닥에 털썩 앉았다. 다리가 아팠는데 차라리 잘 됐다는 마음이었다. 아마 진짜 죽을 생각까지 한 모양이다.

 

 "야, 안 죽어. 에바 좀 하지 마."

 

 명랑한 쿠키가 말했다.

 

 "왠지 쿠키들은 저 가스, 안 먹힐 거 같아."

 

 "야... 명랑한 쿠키... 아니지? 너 도박할 거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근데 가스가 여기까지 올라오면 정말 어쩔 수 없는 거고."

 

-

 

 "... 박잠뜰... 맞지?"

 

 각별이 물었다. 라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얘 왜 이래, 어? 아니, 근데 잠깐만. 너 박잠뜰 어떻게 아는데?"

 

 라더는 자신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을 그제야 깨닫고 대충 얼버무렸다.

 

 "돼, 됐고. 네 일이나 봐. 난 여기 잠깐 순찰 보다가 바, 발견한 거니까."

 

 "뻥 치시네."

 

 라더에게는 이 상황이 어쩔 수 없다. 각별은 물론 다른 편에 선 애지만, 옛날에는 같은 편이었고, 아니 그땐 네 편 내 편 할 일도 없었고, 지금은 잠뜰이 혼절을 한 상태다. 나중에 잠뜰에게 설명하기엔 좀 곤란하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야, 좀 도와줘 봐!"

 

=

 

행복햇살: 안녕하세요~ 오늘은 걍 바다조만 보여줄까 하다가 모르겠다 하고 계속 썼습니다ㅋㅋ

전 그럼 슽콘 마감을 하러 갑니당

 

알림하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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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프로젝트 많관부! 참가는 소원권 5장, 홍보는 3장이에요~!

https://kids.dongascience.com/presscorps/postview/366635

 

++그 예전에 어떤 독자님께서 표지에 뜰님이 원래 머리 푸는데 왜 머리 묶냐고 질문하셨는데

이번 에피소드까지 총 머리 묶은 뜰님이 총 두 번 나왔는데 이번 화 떡밥? 그런 겁니다

처음으로 머리 묶은 뜰님 나온 건 좀 스쳐가는 장면 뭐 그런 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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